조 회장은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서 의장으로서 대외무대에 섰다. IATA 연차 총회는 전세계 항공업계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모이는 글로벌 행사로 이른바 '항공업계 유엔총회'로 일컬어진다.
이 자리는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아니었다면 그의 자리가 아니었을터다. 이번 연차 총회는 조 회장이 한진의 새로운 총수로서의 모습을 대내외에 알리는 자리이자, 그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은 선대 조 전 회장이 공들여 성사시킨 총회를 이어받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전 세계에 대한항공의 세대교체를 알린 셈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을 새로운 대표로 소개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들의 날선 질문에도 큰 문제 없이 답변을 이어나갔다.
조 회장은 상속 지분 문제와 관련해 "협의가 완료됐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가족들과 많이 협의하고 있다"며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지분 확대 리스크에 대해 "대주주로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방어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회장 조원태가 아닌 인간 조원태의 모습도 일부 드러났다. 그는 한진그룹의 미래 구상을 묻는 질문에 "아직도 주변에서 회장이라고 부르면 저도 옆을 둘러본다"고 답했다.
이어 "(회장이라는 자리가)익숙하지 않다. 아버지가 옆에 계신 느낌이 든다"며 조 전 회장의 빈자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은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앞으로 선대 회장과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철학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예상됐던 질문이기에 준비를 잘 해온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아직 젊은 조 회장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의견을 드러내는 모습은 꽤 신선했다. 응답하며 잠시 고민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적절한 언어를 떠올리기 위한 모습처럼 보였다. 외국 취재진에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답변을 이어나가는 조 회장의 모습에서는 자신감있는 태도도 엿보였다.
요약하면, 조 회장이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 데뷔전을 치뤄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는 2개월이라는 빠듯한 시간동안 혼란에 빠진 한진그룹을 수습했고 조 전 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해냈다. 조 회장은 이번 IATA 총회를 통해 그간 한진 오너가에 대한 주주들의 불안과 대중들의 불신섞인 시선을 일부 덜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언론를 통해 “조원태 신임 회장이 IATA 총회라는 큰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쌓아 둔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력관계를 충실히 계승하고 경영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조 회장 앞에는 그룹 승계를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이나,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지분 압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조 회장이 리스크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