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3(월)
[비욘드포스트 김상호 기자]
헬리코박터균, 이름은 어렵지만 어느 유산균 음료의 TV 광고에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한때는 위 건강 특허 유산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말 유산균 음료가 헬리코박터 치료 효과가 있는지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최정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헬리코박터균이란?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점막층과 점액 사이에 서식한다. 이 세균은 국내에서 약 60% 정도 감염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50%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며,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면 소화성궤양의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은 위암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어 있는 상태로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분명한 위암의 발암인자로 분류하였으며, 여러 연구에서도 위암 발생의 위험도를 약 3.8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감염되나요?

헬리코박터균의 전파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입이나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에게서 월등히 높은 감염률이 보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유아기 때 쉽게 감염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최정민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일반적인 세균은 위 안에 들어오면 위산의 강한 산성으로 인해 생존할 수 없지만,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균과 다르게 요산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 요산을 분해하여 암모니아로 만들어 자신의 주위를 중성에 가깝게 만들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헬리코박터균은 어떤 검사로 진단할 수 있나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요소분해효소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얻어 요소분해효소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로 정확도가 높아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경우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1차 검사로 추천되는 검사이다. 검사 키트에서 노란색의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균이 있음을 의미한다.

요소호기검사는 편리하고 정확도가 높아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제균 치료 후 제균 성공 여부를 판정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검사이다. 그러나 위산 억제제나 항생제 등을 사용한 경우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제를 중지한 뒤 2~4주 후에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어떤 질환에 걸리나요?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십이지장궤양, 위 MALT 림프종, 위암, 위축성 위염, 기능성 소화불량, 원인불명의 철분결핍성 빈혈, 만성 특발 혈소판 감소증 등의 질환이 헬리코박터균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염이 생겼다 아물었다 하는 과정이 오래 반복되어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 점막처럼 바뀌고, 위액 분비샘이 없어지고 색깔이 변하며 작은 돌기가 생기고 오돌토돌해지는 장상피화생의 주요 발생 원인 역시 헬리코박터균이다.

■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제균 치료는 1차적으로 위산 억제제와 두 종류의 항생제(아목시실린, 클라리스로마이신)를 아침, 저녁 하루 2회 1주에서 2주간 복용하면 된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 약 70~80%에서는 제균에 성공한다.

최정민 교수는 “임의적으로 약제 복용을 건너뛰거나 중단하면 제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위·십이지장궤양,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 후, 위 MALT 림프종이 있는 경우에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산균 음료가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효과가 있나요?

이전에 출시되었던 유산균 음료 광고 카피 문구 때문에 유산균 음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산균 음료 단독으로는 헬리코박터 제균율 10%로 위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유산균이 항생제 관련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균율을 높이지는 못한다.

김상호 기자 ksh@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