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상호 기자]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에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명작 드라마 ‘킬링 이브’가 28일 오후 1시부터 월정액 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단독 공개된다. ‘킬링 이브’는 기존의 첩보 장르의 규칙을 전복하고 새로운 서사를 썼다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권위 있는 시상식을 휩쓴 드라마다.

이날 ‘킬링 이브’가 공개되면서 많은 드라마 팬들이 주말 동안 ‘킬링 이브’를 정주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왓챠플레이는 ‘킬링 이브’를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 세 가지를 정리했다.

이 드라마로 산드라 오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사실은 꽤 널리 알려졌지만, 산드라 오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경쟁자가 같은 드라마에서 빌라넬을 연기한 조디 코머였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결은 연기력으로도 치열했다. 그 뒤 열린 BAFTA 영국 아카데미 TV 시상식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엔 조디 코머가 수상을 했다.

미국에서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만큼 권위있는 텔레비전비평가협회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텔레비전 어워즈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노미네이트됐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크리틱스 초이스, SAG(배우조합) 어워즈에서 최종 수상한 산드라 오가 앞서 있다.

‘킬링 이브’는 산드라 오가 연기한 영국정보국(MI5) 보안담당자 이브와 코머가 연기한 싸이코패스 암살자 빌라넬이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단순히 두 사람은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니다.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리게 되면서 매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2월 ‘킬링 이브’의 산드라 오와 조디 코머를 ‘올해의 연기’로 선정하면서 “이 드라마는 ‘고양와 생쥐 쇼’(추격자와 도망자가 쫓고 쫓기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농락하는 추격전의 전형)다. 그런데 두 마리의 고양이 혹은 두 마리의 생쥐가 출연한다”고 말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분간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 산드라 오와 조디 코머에 대한 찬사다.

기존 첩보물의 주인공들이 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도로 훈련된 엘리트 첩보원이나 수사관인 것과 달리 ‘킬링 이브’의 주인공 이브는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40대 여성이다. 이브가 맨 처음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암살자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 챌 때도, 그리고 빌라넬을 추적할 때도 ‘심리’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심리’만큼 불확실하고 확인하기 어려운 단서도 없다. 그런 탓에 이브의 존재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인공 빌라넬은 타자에 대한 아무런 연민없이 살인을 일삼는 싸이코패스다. 싸이코패스는 이미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는데, ‘킬링 이브’의 각본가이자 총제작을 맡은 피비 월러브릿지는 “빌라넬은 제대로 된 싸이코패스다. 정신분석학자들이 인생을 바쳐서 연구하곤 하는 그런 진짜배기”라고 설명했다.

두 여성의 대결과 집착, 갈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심리학적 디테일을 매우 중시했다. 특히 드라마의 중심축인 두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가 장르적 전형성을 벗어나 있는 탓에 더욱 탄탄한 기반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작 초기 단계부터 실제 심리학자가 참여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영국 최초의 의대가 설립된 대학교로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의 의대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마크 프리스톤은 각본 작업부터 참여해 원작보다 더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싸이코패스 캐릭터를 완성했고, 이브와 빌라넬의 관계를 더욱 스릴 있게 발전시켰다.

‘킬링 이브’가 기존의 첩보스릴러물과 다르다고 해서 첩보스릴러가 지닌 전통적인 장점들마저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다. ‘킬링 이브’는 여타의 첩보물처럼 세계 이곳저곳을 무대로 삼는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투스카니,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오스트리아 빈까지 유럽 곳곳을 옮겨다니며 촬영됐다. 시즌 2에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으로 무대가 더 넓어지면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킬링 이브’의 로케이션 촬영지들이 여행매체들을 통해 소개되며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킬링 이브’는 이런 유럽 곳곳의 공간적 변화를 시각적으로도 최대한 활용하면서, 냉전 이후 변화해가는 유럽 사회의 현실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공간적 변화와 함께 이브와 빌라넬 두 캐릭터의 의상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빌라넬의 화려하고, 세련되고, 때로는 엉뚱한 옷차림도 큰 화제가 됐다. 의상팀은 캐릭터의 성격, 심리, 서사를 다양한 의상들을 통해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엘리트 킬러인 빌라넬의 액션 역시 놓치기 어려운 볼거리다. ‘킬링 이브’의 강점이 화려한 액션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하여 결코 약점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빌라넬이 무참하게, 때로는 너무 차갑게 사람들을 죽이는 ‘킬링 이브’ 식의 액션은 제이슨 본이 보여주던 액션과는 또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김상호 기자 ksh@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