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경찰이 국내 최대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이어서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공소권이 없는 사건을 경찰이 강제권을 갖고 수사할 수 있는지부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는지 등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꾸려 집중적인 수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자문 등 57명이 참여한다. 역사적인 소명으로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해 '대한민국 대표 미제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이어서 경찰이 해당 용의자를 진범으로 확정짓기는 쉽지 않다. 경찰이 특정한 인물이 이 사건의 범인이 맞다는 결론을 내려면 법원이 판단하거나 용의자 스스로 자백해야 한다. 경찰이 확보한 DNA 감정 결과가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한 자격 자체가 안 된다. 재판장에서 다툴 수 있는 공소권이 없기 때문이다. 또 용의자 스스로 자백하면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부인하면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주장과 추정으로 이 사건은 남게 된다.
경찰이 용의자의 자백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 증거 확보는 물론 여러가지 수사 기법을 통한 용의자 압박도 필요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해당 용의자를 상대로 강제 수사할 권한이 경찰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수사와 조사는 강제성 여부에 따라 나뉘는데, 이 사건은 용의자가 자백을 받기 위한 경찰의 조사 요구를 거절하면 그만이다. 접견 조사를 거부한 용의자를 조사실로 강제로 끌어내려면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법원은 공소권이 없는 사건의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
자백을 받기 위한 경찰의 강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소권이 없는 수사를 강행하면 자칫 '수사권 남용'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용의자를 '별건 수사'라는 명칭으로 최근 접견 수사했는데, 용의자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고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밝혔다.
이 용의자는 이후 경찰의 접견도 거부할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면 모든 사법절차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공소권이 없으면 국가가 죄를 처벌할 수가 없어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공소권이 없는 사건을 놓고 강제 수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용의자의 자백을 강요할 권리가 수사기관에 없다. 경찰은 수사가 아닌 조사를 통해 '용의자가 범인으로 추정된다'는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라 경찰은 DNA 등 추가 증거 확보로 용의자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면 피의사실공표 금지 준칙에 따라 용의자 얼굴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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