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담화로 '김정은 모든 것 잃을 것' 트럼프 발언 비판 "최종 결심을 내릴 국무위원장은 자극적 표현 쓰지 않아" "더 큰 재앙적 후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 연말 시한 '무반응' 美에 北관료들 총력전으로 대응 나서
북한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연쇄 담화를 내고 거듭 반발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0시께 발표한 담화에서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그는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부위원장은 또 "트럼프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 하는 것 같다"며 "최근 잇달아 내놓는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몹시 초조하겠지만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다'고 경고한 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발표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를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한 바 있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지만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노동당과 내각, 군의 주요인사들이 총동원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비난하는 담화문을 내놓고 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제1부상 및 리태성 부상, 인민군 총참모장 박정천도 지난 3~5일 담화에서 '로켓맨', '필요시 대북 무력 사용'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하면서 미국에 셈법 변화를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자극적인 발언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도자(김정은)가 정한 시한에 대해서 미국이 어떤 반응도 하지 않으며 무시하자 관료들이 지도자의 체면을 지키려고 나선 것"이라면서 "리수용까지 등장한 것은 마지막 총력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동시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비핵화 협상 관련 최종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미협상이 내년에라도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메시지 관리를 하며 정상 간 신뢰관계를 흔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