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다스 의혹' 2심 결심 공판 30분 동안 쉬지 않고 최후진술 "정치적 정당성 부정하려 기소" 檢, 징역 23년·벌금 320억 구형
다스(DAS) 실소유 의혹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공소장과 수사과정을 보면서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30분 동안 최후진술한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뒤 출석한 검사와 일일이 악수를 하고, 지지자들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결심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작성한 원고를 꺼내 읽으며 30분 동안 최후진술을 했다. 총 9400여자 되는 분량을 이 전 대통령은 쉴 새 없이 읽었고, 때로는 흥분한 듯 특유의 거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는 검찰 수사 비판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서 최후진술을 하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매우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한편 끝까지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에 많은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재직 시절 자신의 업적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MB정권의 공과(功過)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검찰이 이명박 정부를 비리 정권으로 만들고 정치적 평가를 왜곡하는 걸 목도하며 임기동안 사리사욕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말씀 안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과 수사과정을 보면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동안 검찰석을 자주 쳐다봤고, 원망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은 저를 구속기소함으로써 17대 대통령 당선과 통치 행위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려 한다"며 "제 개인 차원을 넘어 이 재판과 법치, 민주주의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해 문제가 되는 것은 봤지만,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해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부터 10년 전 이미 다스 소유에 대해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받았지만, 결론은 똑같이 저와 소유권이 무관하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수사해서 제 소유라고 주장한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정반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믿는다"면서 "이를 위해 많은 법조인들이 헌신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믿는다. 부디 진실을 밝혀내는 의로운 법정이 돼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대한 당부를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나고 난 뒤 법정에 출석한 검찰 6명과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일일이 악수했다. 또 법정에서 방청한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자 "징역 25년(실제는 징역 23년 구형) 받았다고 박수친거야?"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전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3년과 벌금 320억원, 추징금 163억여원을 구형했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5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