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고위 당국자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고려"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안전 보호 내용 포함" 청해부동 이동에 "美측도 싫어한다고 얘기 못해" 트럼프, 정의용 靑국가안보실장에 '강력한 동맹' 美, 내주 한미 외교장관회담서 파병 거론 가능성
미국과 이란간 갈등 고조로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당국자가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미국은 당연히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하겠지만 이라크에 우리 국민이 1600명, 이란에 290명 있고, 이 가운데 테헤란에만 240명이 있다"며 "정부의 결정이 영향을 끼치는데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도 일본과 같이 독자적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 안전 보호 내용이 들어가 있다.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7월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동맹들에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일본에 관련된 선박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정보 수집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자위대의 파견을 결정했다.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에 해적 대책으로 파견된 P3C 초계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 명분으로 청해부대가 이동할 경우 미국이 싫어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꼭 싫어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청해부대 파병 연장안을 가결한 건 해적 퇴치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번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해적 퇴치용이 아닌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국회 동의 절차 없이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지만 파병시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와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우방국이 미국 반격에 가담할 경우 그들의 영토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에 있는 나라들과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순 없다"며 "이란과도 오랫동안 경제 관계를 맺어왔고, 지금으로선 인도지원, 교육 같은 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신중론으로 기울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맞는 얘기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병을 위한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간 무력 충돌 위기가 진정됐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확대 등으로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지난 7일 KBS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 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동맹'을 강조하면서 호르무즈 파병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를 한 후 예정에 없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며 "미국이 양국과 공유하는 지지와 깊은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 주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도 관전 포인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최근 중동지역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세게 나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 있다. 어쨌든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