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무증상·경증환자 감염성 전파 가능성에 대해 기존과는 달리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이 사례에 대한 위험도를 공식 인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2일 오후 5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총리 주재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이 감기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서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이날 오후 브리핑 시간에 맞춰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달리 무증상·경증환자 감염증 전파 가능성이 크고"라고 설명돼 있다.
지난 29일까지만 하더라도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은 무증상 감염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코로나바이러스 패밀리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형적인 특징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무증상 감염이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없다라고 돼 있어 아마도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그 특징을 따라가지 않을까라고 추측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3번 확진자의 일상 접촉자였음에도 발병이 됨에 따라 무증상 감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일상 접촉자는 발병이나 증상이 일어나기 전에 접촉했던 사람들을 분류하는 기준이다.
여기에 2일 15번째 확진자로 판정된 환자가 4번째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으로 확인됐고, 4번 환자는 비행기 탑승 때까진 증상이 없어 공항에서 격리되지 않고 지역사회로 이동했었다. 아직 15번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4번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것 외에 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무증상기였던 4번 환자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무증상 감염에 대해서 계속 논란이 있어 왔다. 우리 사례도 증상이 발현되거나 증상의 내용을 파악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회된 입장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2일 오전 브리핑에서는 "무증상 감염에 대한 것은 저희도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그런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다만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무증상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열이 나더라도 열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과학적 측정을 통해 한다면 지금 그렇게는 못 한다. 자가격리를 해서 초기 검사로 확인하고 그 이후 빨리 치료하는 게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모든 내국인은 14일간 자가격리 조치할 예정이다.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경우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지는 시점까지 입국이 금지된다.
또 그동안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로 나눴던 구분 방식을 없애고 확진자와의 모든 접촉자는 전원 14일간 자가격기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상 접촉자는 자가격리 없이 건강상태를 유선 등으로 확인하는 능동감시만 해왔다.
박능후 장관은 "향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정도에 따라 이번 후베이성 입국 금지조치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에는 신속하게 추가 조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