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뒤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일부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A씨의 입학을 응원하는 공개 지지 활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SNS를 통해서는 이미 A씨를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오는 6~7일 사이 관련 대자보를 작성한 뒤 숙명여대 캠퍼스에 게시한다.
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학내 학생·소수자 인권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숙명여대 학소위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트랜스젠더 여성의 우리 대학 합격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소위 측은 입장문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A씨가 우리 대학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합격해 법과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며, "지금까지도 트랜스젠더·젠더퀴어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여대에 존재해왔지만,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에 지원해 합격했다는 소식이 외부로 알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숙명여대 학소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A씨의 결정을 지지하고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실에 축하를 전한다"며 "A씨는 지난해 트랜지션 수술을 완료했고 법원에서 성벌정정 신청이 완료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또한 변경된 상태인 만큼 여자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학소위는 또 "A씨는 소수자 권익 보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커밍아웃 트랜스젠더 여성 박한희 변호사로부터 용기를 얻어 법과대학 진학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녀의 선택은 다양한 성 소수자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 줄 것이며,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소위 측은 이같은 공개 지지 활동을 진행하기 전 A씨와 접촉해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과 대자보 게시 등에 대한 동의를 우선적으로 구한 학소위는 이후 논의를 통해 캠퍼스 내 시위 등 추가 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학생 여론 역시 거센 만큼, 대자보 훼손 등의 학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숙명여대에서는 지난해 캠퍼스에 걸린 '성 소수자 지지 대자보' 등이 일부 학생들에 의해 훼손된 바 있다.
학소위는 지난해 9월 숙명여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 회칙'을 논의했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들이 "젠더를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것과 같은 인식", "자신의 젠더를 바꾸고 싶다는 것을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등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하며 논란이 됐다.
이후 트랜스젠더와 성 소수자 등을 지지하는 학생들 100여명이 '숙명여대 내 트랜스젠더퀴어 혐오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캠퍼스에 내걸었지만, 모두 하루 만에 훼손된 채 발견됐다.
학소위 관계자는 "숙명여대에 트랜스젠더 등 혐오 여론을 주도하는 커뮤니티가 있고 그 경로를 통해 혐오 발언들이 많이 유포·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대자보를 붙이면 거기서 또 혐오 발언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이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는 만큼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