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7(금)

"시키는 건 다했다, 결국 돈 더 따오라는 것"
"복지부, 아주대병원에 이미 면죄부 줬다"
"일하면서 젊은 친구들도 많이 다쳤다. 창피하고 구차하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으로 외상센터장을 사임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외상센터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으로 외상센터장을 사임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외상센터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가 5일 "병원에서 돈 따오라고 해서 돈 따왔다. 시키는 건 다 했다. 그런데 가만있으니 알밤 때리다 따귀 때리고, 점점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평소처럼 흰 가운을 입은 이 교수는 파견 근무를 마치고 올해 첫 출근을 한 이날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회의실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닦달하기에 (외상센터) 건물 지어 규모 갖추면 나아지겠지 했다. 버티고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서 24시간 닥터헬기를 돌리려면 의사 5명은 필요하다고 인력 증원을 요청했는데 1명만 승인됐다"고 전했다.

"나머지는 국도비 지원받을 경우 채용 가능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돈을 더 따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할 만해서 한 게 아니라 이 악물고 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해준다고 한 것도 시간 지나면 입 싹 씻는다"고 호소했다.

또 "인사 관련된 부분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시키는 건 다했다. 외상센터를 억지로 아주대병원에 떠맡긴 게 아니다. 병원이 원해서 해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병원에 보직 사임원을 제출한 이유도 밝혔다.

"이번 생은 망했다. 나는 도망간 것"이라며 "복지부도 아주대병원에 이미 면죄부를 줬다. 바이패스나 병실부족, 예산 떼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건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렇게 됐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 소속기관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이렇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일하면서 젊은 친구들도 많이 다쳤다. 이걸 왜 참고 있었는지 창피하고 구차하다"며 센터장 자리를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간호사들이 '선생님 모가지 날아간 것 말고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병원이 이겼다. 바늘방석이라 병원에서 숨 쉬는 것도 힘들다. 내 인생을 다 바쳤는데 이렇게 끝나니까 기분도 안 좋고 슬프다"며 허탈해했다.

이날 시작된 경기도 조사에 대해서는 "안 바뀐다. 바뀔 것이었으면 국정감사 때 바뀌었어야 한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센터장 자리를 떠날뿐 외상외과 소속 의사로 외상센터에서 근무한다고 답했다.

언론을 통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직을 떠나겠다고 한 이 교수는 지난달 28일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센터장 보직 사임원을 제출했다.

아주대학교 의료원은 전날 '의료원 교원 인사 발령'을 통해 지난 1월28일자로 이 교수의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보직을 면직 처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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