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7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로 수출이 내리막을 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9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99억7000만달러로 전년(774억7000만달러)보다 175억달러 감소했다. 지난 1998년 이후 22년 연속 흑자세를 이어갔지만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소치를 나타냈다.
경상수지 흑자가 쪼그라든건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 축소돼서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세, 반도체 단가 하락,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상품수출은 지난해 5619억6000만달러로 전년(6262억7000만달러) 대비 10.3% 급감했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로 인해 상품수지는 1년 전 1100억9000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68억6000만달러 332억3000만달러 꺾였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 2012년(485억9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국제유가 하락세와 설비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입도 4851억1000만달러로 1년 전 (5161억8000만달러)에 비해 6.0% 줄었다.
서비스수지 230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93억7000만달러)보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역대 세번째로 많았다. 무역물동량 감소로 지급이 감소하면서 운송수지는 16억2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2017년과 2018년에 이후 역대 3위 수준의 적자폭이다.
여행수지 적자는 106억7000만달러 전년(165억7000만달러 적자)보다 크게 나아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증가하면서 여행수입이 216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일본 여행객수 급감 등의 영향으로 출국자수가 정체되면서 여행지급은 323억달러로 1년 전(351억3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는 122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 수취가 늘어난 영향으로 배당소득수지는 33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첫 흑자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경상수지가 4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1년 전 같은달에 비해 흑자폭이 5억8000만달러 축소됐다. 상품수지 흑자도 50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6억달러 줄었다. 수출은 480억4000만달러에 그쳐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