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의 걱정도 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 등에 강아지나 개도 같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중고마켓 커뮤니티 '번개장터' 등에는 최근 신종 코로나를 염두에 둔 반려견용 마스크 판매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일 중고나라에는 "강아지 마스크/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우리 댕댕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판매글이 올라왔다. 1박스에 마스크 3개가 담겨있는 이 제품은 45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둘레와 머즐 길이에 따라 사이즈가 S와 M으로 나뉘었다.
번개장터에도 '우한 폐렴', '바이러스' 등의 내용과 함께 강아지 마스크 판매글들이 다수 올라온 상황이다. 가격대는 4500원대부터 1만원을 웃도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상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반려견을 걱정하는 견주들의 모습이 목격된다.
회원수 180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는 최근 "강아지 마스크 씌우느냐", "강아지도 우한 폐렴에 걸릴 수 있나", "신종 코로나 때문에 산책도 보류 중"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 사이에선 신종 코로나가 반려동물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2년 넘게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다는 고모(27)씨는 "예전에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산책을 시켰다면 지금은 1번 정도로 줄였다"며 "원래 반려견들은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는데, 혹시 그것과 유사한 종류의 바이러스라면 전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일단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씨는 "귀가하면 반려견을 안기 전에 먼저 손과 얼굴을 씻는 등 주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에 거주 중인 김모(25)씨는 "외부에 떨어진 바이러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고 들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혹시 (반려견이) 산책 중에 사람이 뱉은 침 등을 핥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의시키고 있다. 또 산책 중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반려용 마스크 상품이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악용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7년 넘게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자영업자 고모(31)씨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산책을 줄여갈 예정"이라면서도 "반려견 마스크나 면역 관련 상품은 국가 재난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판매자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반려동물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전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확률이) 0%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며 "물론 사람과 동물에게 같이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바다의 물방울 수준으로 굉장히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은 중국에서 (분석)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신종 코로나마다 감염시킬 수 있는 동물들에는 차이가 있다"며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것만큼이나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전파되는 것에도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촉이 늘어나면 언젠가 (바이러스가)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만 지금까지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감염 여부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