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어 아닌 언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 영예 "자막의 장벽 넘는 시도 많아져 한국 영화 알리길" "우리 방식대로 열심히 한 결과…계속 발전해가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열광하고 있다.
10일 오후 뉴시스와 만난 조은아(29)씨는 "지금껏 다른 좋은 한국 영화들이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기생충이 상을 타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며 "(작품상 수상 전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으로) 이미 3관왕까지 했길래 경쟁작인 '1917'이 작품상을 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4관왕을 거머쥐게 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지현(30)씨는 "봉준호 감독 영화를 재미있게 봐 왔는데 외국인들에게도 인정받아서 좋다"며 "이번 기회에 봉 감독이 말한 대로 자막의 장벽을 넘으려는 시도가 많아져서 다른 좋은 한국 영화들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외국반응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우리 방식대로 계속해서 열심히 해 나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한국문화가 너무 서양을 의식하지 않고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모(28)씨는 "너무 자랑스럽다"며 "이 같은 선례로 앞으로 더 좋은 인재가 많이 발굴돼 한국영화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모(25)씨는 "백인, 서구 중심의 오스카 무대에 비백인, 비영어권, 비할리우드 감독이 상을 받게 됐다는 점이 기쁘다"며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장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계급을 단적으로 보는 것 같았고 봉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쾌감마저 느꼈다"고 밝혔다.
직장인 이모(30)씨는 "(기생충은) 계급 문제라는 어려운 내용을 재치있게 풀어낸 점이 남달랐다"며 "메시지와 재미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윤모(23)씨는 "기생충이 담은 이야기가 철저하게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세계 사회의 문제도 담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상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동시에 세계적인 문제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고 바라봤다.
김모(45)씨는 "한국 관객 1000만명이 선택한 영화가 이제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며 "상을 더 받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이날(현지시간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17', '포드V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결혼 이야기'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받았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또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더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 최초의 수상이자,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이후 두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