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제한적 지역 전파…오염지역 지정 검토 안해" 중국 제외 싱가포르·홍콩 이어 확진자 많아…1명 사망 역학적 연관성 없는 감염까지…주 중반께 판가름날듯 전문가 "광범위 전파 근거 나오면 바로 검역 강화해야"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은 일본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데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12일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홍콩과 마카오를 오염지역으로 지정한 것과는 대비된다.
16일 오전 9시 기준 홍콩에선 5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1명이 사망했다. 중국 광둥성 인접 지역인 마카오에서는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확진 환자가 10명에 불과한 마카오는 지역사회 내 광범위한 전파가 확인되고, 광둥성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홍콩과 함께 오염지역으로 지정됐다.
일본에선 확진자 수가 52명이다. 현재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를 제외한 숫자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72명), 홍콩(56명)에 이어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환자가 최근 7명에서 20명으로 급증했고, 이들 중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13일 사망한 80대 여성 1명은 최근 중국을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확진 판정은 사후에 나왔다.
이 여성의 사위인 택시운전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증상 발현 무렵 개인택시 신년모임에 참석해 다수를 감염시켰다. 이 남성도 중국 여행력이 없으며, 최근 외국인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방역 당국에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내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상황은 소규모에 제한적인 지역사회 전파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일본 유입을 전면 차단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일본 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은 확대 중수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일본의 부분적 지역사회 감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도 조만간 지역사회 감염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감염 대책 시행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고, 부분적인 소규모의 제한적인 지역 전파이므로 오염지역 지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면적으로 일본을 유입 차단해야 한다고는 보지 않고, 상황을 보고 있다"며 "(일본이) 오염지역으로 지정돼야 이후 차단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본 내 지역사회 전파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정황상 연결고리가 없는 감염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이번주 중반이 지나 확실히 알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서가 보이지만 일본 지역사회 내 감염 현상이 확실해지려면 연결고리가 불분명한 감염 사례와 유사한 게 다수 발생하면 확실해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일본 유입과 관련된 국내 방역 체계는 두 가지뿐이다.
우선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3일 여행 이력 정보 제공 범위에 일본을 포함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는 수진자자격조회시스템, ITS(해외여행이력정보시스템),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내원 환자의 여행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전국 공항과 항만에서 코로나19 기본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일본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감시 카메라 작동,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보는 방식을 동원하는 검역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일본 여행 이력 확인, 일본 입국자 증상 체크는 근본적으로 일본 유입을 낮추지는 못한다. 일본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 잠복기 환자 조기 차단, 입국 이후 모니터링이 현재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 유입 전파를 겪은 바 있다. 관광가이드 업무로 일본 체류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한 뒤 지난달 19일 입국한 중국인 남성 12번째 환자(49)가 대표적이다.
12번째 환자는 지난달 19일 입국 후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서울·부천·수원·강릉 일대를 다녔다. 지난달 30일 일본 확진자로부터 확진 판정 연락을 받은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지난 1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12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 전까지 여러 지역을 다녔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지진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 환자의 접촉자 422명 중 아내인 14번째 환자(80년생, 중국인 여성)를 제외하고 모두 격리해제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외교적 결정을 할 때 정황만 가지고 하기엔 어렵겠지만, 여러모로 검역 강화나 오염지역 지정은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다만 시행 시점의 문제가 있겠지만, 지역사회 감염 계기나 단서가 확실하게 나오면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많은 국가를 선별해 반영하는 사례정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면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게 된다.
특별입국절차는 공항과 항만에 해당 지역 전용 입국장을 별도 개설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의 국내 거주지와 실제 연락처를 직접 확인한 후 입국 허용하는 절차를 말한다. 입국장 검역 시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내·외국인은 별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다. 지난 7일 사례정의 확대로 이날부터 중국 전역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은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어 오염지역으로 추가된 홍콩과 마카오에서 오는 내·외국인도 특별입국절차를 거친다.
또 특별입국절차를 통과한 모든 내·외국인은 정부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대응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 이들은 입국 후 최대 14일간 하루 한번 의심 증상 발현 여부를 앱에 입력해야 한다. 지자체와 보건소는 이틀 연속 의심 증상을 선택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사후관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