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전체회의 교무실 아닌 과학실서 수십명 회동, 감염 우려 17∼19일 개학준비차 출근, 19일 오찬→학운위
광주·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신천지 전도사인 남편이 대구예배에 다녀온 이튿날 전체 교사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가 생성되기 전에 이뤄진 일이어서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당국은 호흡기 바이러스 특성 등을 우려해 추가 확진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여교사는 특히, 남편이 확진판정을 받기 하루 전 동교 교사 10여 명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참석해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신천지 전도사로 알려진 126번 환자의 아내로 신천지 신자이자 광주 진월초 교사인 A(31·광주 서구)씨가 전날 오전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 판명됐다.
A씨는 남편이 참석한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귀가한 이튿날 전체 교사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월초에서는 당시 개학을 앞두고 17일부터 사흘간 교직원 대부분이 출근해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논의 등 개학준비 업무를 수행했다. 17일 전체교사 회의에는 부장교사인 A씨를 비롯, 교장, 동료 부장교사 10여 명, 3월 전입 또는 복지교사 10여 명이 참석했고, 회의는 책상이 많은 교무실이 아닌 과학실에서 진행됐다.
개학준비는 이튿날에도 이어졌고, 임시근무 마지막날인 19일에는 오전 10시께 자가용으로 출근해 오전업무를 본 다음 낮 12시께 주월동 한 레스토랑에서 동료교사 1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학교로 복귀했다.
이어 오후 2시30분부터 열린 학교운영위 임시회의에 참석, 운영위원들에게 새학년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오후 5시께 귀가했다.
A씨는 20일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남편과 보건소를 찾았으나 음성판정을 받았고, 오후에 풍암동 약국과 음식점을 방문한 뒤 귀가했으나 남편은 당일 오후 9시께, 자신은 23일 오전 오전 각각 확진판명됐다.
이를 두고 방역 당국과 교육 당국은 대응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확진 환자의 증상 발생 1일 전부터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이 이뤄진 사람'으로 접촉자 범위를 잡아 동료교사와 학운위원 등 21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남편이 감염지역을 다녀온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 생성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과 매뉴얼에 따른 조치다.
반면 교육청은 전파력의 유효성이나 강도 여부를 떠나 비말(미세 물방울), 공기, 접촉 감염이 무증상 상태에서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방역 그물'을 17일 회의에 참석한 교직원과 전입 교원을 포함해 전체 교직원 60여 명으로 넓혀 2주간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특히 A씨 남편이 확진되기 전날인 19일 레스토랑 식사자리와 학운위 회의에서 비말이나 공기 중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밀접 접촉자들의 감염검사 결과에 요의주시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운위원과 접촉한 가족과 자녀들에 대해서도 2주간 자가격리토록 했고, 대체 근무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광주시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추가 감염자 여부와 후속 조치, 학생과 학부모 안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