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에도 꾸준히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열혈사업가인 ‘엄달용 사장’을 만나 요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상황을 들어봤다.
평일 오후에 방문한 안산시민시장은 무척 휑한 느낌이었다. 전통시장에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상점 절반 정도는 문을 닫은 상황이었고 왕래하는 고객도 한두 명 잠깐 보일 정도로 골목은 쓸쓸했다.
엄 사장은 안산시 단구동에 위치한 시민시장에서 18년째 충북건어물(선경유통)을 운영 중이다. 시민시장은 안산의 대표적 전통시장이며 5일장이 서는 유일한 곳이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엄 사장은 결혼을 하면서 안산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직장생활을 하다 2003년부터 현재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엄 사장은 주로 건어물과 식자재를 중심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대상은 주변 식당과 주택가다.
“안산에 공단들이 속속 들어오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여기 시민시장도 꽤 장사가 잘됐어요. 5년전까지 아주 상권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5일장이 서면 전국각지에서 몰려와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던 곳입니다. 지금은 당연히 코로나로 장터가 무기한 연기됐구요. 그래서 전화로 주문 오는 곳 빼곤 직접 와서 구매하시는 분 수가 정말 없어요. 없어.”
얼마나 어렵냐는 질문에 “제가 IMF도 지나 보고, 메르스 때도 지나고 어렵다는 시절 다 보내봤지만 요즘이 최악은 분명합니다. 다들 어렵다곤 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고 엄 사장은 답했다.
그 해법이 뭐냐는 기자의 궁금증에 엄 사장은 “온라인 판매가 답입니다”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온라인 판매가 뭐 큰 대안일까 생각됐지만, 전통시장에서는 혁신적인 방법이며 유일한 생존 방법이란 설명이다.
엄 사장은 주변 상인들과 함께 지난해 ‘온라인판매교육’을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 지원을 요청해 받았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20여 명 정도였는데, 어려워서 중도 탈락자가 많았고 최종 8명 정도가 이수했다고 한다. 현재 그들은 엄 사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 다 컴맹에다가 스마트폰 이런 것도 잘 쓸 줄 모르고, 포토샵 이런 건 당연히 어렵고 그래서 중도 포기자가 많았죠”라며 “그래도 상인회와 진흥공단이 도움 주셔서 기본적인 건 다 배웠고요. 브릿지존 ‘도매매허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에서 팔 물건을 픽업해 오픈몰에다가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까먹지만, 삼삼오오 모여서 계속 공부하고 하니깐 되더라고요”라며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엄 사장은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오픈 마켓을 통해 월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다른 상인의 물건을 픽업해 팔았지만, 올해부터는 본인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직접 골라 사진도 찍고 마케팅 문구도 적어서 올리고 있다. 품이 훨씬 들지만, 매출은 커진다.
“이런 솔루션이 좋은 게 내가 예쁘게 물건을 찍고 꾸며서 올려두면 수백수천명의 셀러들이 내 물건을 대신 팔아주게 되니깐, 당연 수익이 오르죠. 요즘 계속 컴퓨터 앞에 붙어서 사는데, 포토샵하고 카피 문구 만들고 이런 교육이 정말 절실한데”라며 고충도 토로했다.
실제 시민시장 사장들의 연령이 높고 처음엔 ‘마우스’ ‘커서’ 이런 용어도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첫 교육 때 중도 포기한 분들도 요즘엔 다시 교육을 희망해, 현재 소상공인진흥원에 관련된 사업을 신청한 상태다.
“구정 이후로는 여기 시민시장은 ‘멈춤’이에요. 제가 교육을 받을 때도 주변 분들에게 한 말이 ‘콩나물에 물을 주면 아래로 물이 다 빠지지만, 콩나물은 자란다’이거든요. 코로나도 이길 수 있죠. 온라인으로 팔면 되니깐. 그래서 이쪽 분야 지원이 더욱 절실 하구요.”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엄 사장은 ▲택배상자(최소 1500원 소요) ▲택배비(최소 3000원 소요/ 물량이 적어 가격 협상력 없는 상태) ▲온라인에서 접속 가능한 경기전통시장 전문 몰(지역화폐 온라인 결제 가능한) ▲마케팅 및 인터넷(SNS 등) 교육을 꼽았다.
엄 사장은 “필요한 거야 끝도 없겠죠. 택배비나 박스비 등은 규모만 갖추면 충분히 가격이 다운될 수 있다고 봐요. 전통시장관이 온라인에 만들어져서 온누리상품권(카드)을 결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시장 자체의 구조적 변화에도 의견을 보탰다. 현재 안산시민시장은 상가의 전매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시장 상인의 연령이 높다. 젊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러 시민시장에 들어오고, 장터날 주차문제로 인근 아파트 민원부분도 많은데 온라인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엄 사장은 “당연히 전통시장도 변해야죠,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야죠. 50대나 60대만 시장의 소비자가 돼서는 안 되죠. 20대와 30대를 적극 공략해야 사는데, 그게 온라인 판매뿐입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