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2(일)

세이브더칠드런, 기상 이변이 모기 매개 질병 확산 부채질... 뎅기열 환자 비상
20개국 500만 명 뎅기열 환자 발생, 최소 5,500명 사망

"기후위기와 엘니뇨로 뎅기열 비상, 아동 가장 큰 피해자"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12일(현지시각)까지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각국 지도자에게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이상 기후로 뎅기열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00년 약 50만 건이던 뎅기열 환자는 지난해 420만 건 이상으로 20여 년 만에 8배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뎅기열로 위험에 처한 인구 70% 가까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기상 이변이 증가하면서 질병은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뎅기열은 모기에 물린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고열과 눈 뒤 통증, 발진, 심한 두통, 몸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뎅기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으로 진행되어 치명적일 수 있다.

새로운 세이브더칠드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과 11월 사이에 뎅기열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20개국에서 약 500만 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보고된 20개국은 방글라데시, 브라질, 필리핀, 부르키나파소, 인도네시아, 페루, 태국, 인도, 멕시코, 과테말라, 볼리비아,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수단, 스리랑카, 캄보디아, 베트남, 에콰도르, 네팔이다. 이 수치는 2022년과 비교해 발병 건수가 30% 증가했으며, 최근 주요 발병이 있었던 2019년 수치보다 18% 더 많았다.

뎅기열로 사망한 사람은 20개국에서 최소 5,500명으로, 2022년 대비 32%, 2019년 대비 11% 증가했다. 많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와 사례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약 13억 명의 아동이 뎅기열에 지속적으로 노출해 있다고 밝혔다. 아동은 성인보다 면역 체계가 약하고, 야외에서 뛰어놀면서 모기로 인한 질병에 특히 취약하다. 특히 5세 미만의 아동이 뎅기열에 걸릴 경우, 탈수와 쇼크의 위험이 특히 높으며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2023년 최악의 뎅기열이 발병한 방글라데시는 올 1월 이후 30만 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2022년의 6만 2,000명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뎅기열로 인해 10세 미만의 아동 160명 이상을 포함해 1,598명이 사망하는 등 2022년의 5배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페루에서는 올해 최소 50명의 아동이 뎅기열로 사망하고 8만 300명의 아동이 감염되었다. 페루는 올해 27만 건 이상의 뎅기열이 발생해 10년 만의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됐다. 이는 2017년 7만 4,000건의 4배 가까이에 달한다. 지난 2월 페루는 이번 발병은 엘니뇨 현상에 의해 일어났으며, 북부 지역에 집중호우와 홍수, 기온 상승을 가져왔다고 밝히고 24개 지역 중 18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는 올해 511명의 뎅기열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는 데이터가 남아있는 2017년의 사망자 18명과 2016년의 사망자 15명의 사망자와 비교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약 5만 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뎅기열 확산은 기후위기와 함께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니뇨로 인한 폭풍과 홍수는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얕고 정체된 웅덩이를 만들며, 이에 따라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기후위기에 의해 그 영향이 악화된다. 또한 뎅기열은 물이 부족할 때도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가 생존할 수 있기에 가뭄 상황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시아 지역 시니어 건강 및 영양 어드바이저 야시르 아라파트 박사는 "아시아 전역의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2023년을 최악의 뎅기열 사망자가 발생한 해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뎅기열의 희생자만이 아닌,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가정의 경제적인 부담이 증가하고, 또 그들의 양육자이자 간병인이 병에 걸려 사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도시 차원에서 그리고 지역 사회의 참여로 뎅기열과 싸우는 계획이 필요하다. 모기를 통제하고 질병을 진단하며, 치료하는 것은 보건부만이 아닌,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뿐만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극한의 날씨와 기후 충격을 더 잘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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