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선영 기자] 그날은 덥고 분주한 날이었다. 마침, 근방의 모처에서 일정이 있어 들렀다가 자양역까지 걸어갈 만하겠다 싶어 뚝섬 방향에서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운 나쁘게도 초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한 더위와 뜨거운 햇볕이 가득한 날이었다. 한강과 나란히 걷는 길, 벌써 강 위에는 요트가 떠 있었고 수심 얕은 강변에선 발을 담그는 사람도 보였다.
걸음을 재촉하는 중, 제법 예쁜 꽃들이 보인다 싶더니 뭔가 본격적인 정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꽃과 풀과 나무와 정원, 그리고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밀집한 인파를 헤치며 걷다가 꽤 유명한 정원박람회가 열리던 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웠고, 오래 걸었고, 인파에 시달리다가 도착한 자양역. 힘에 부쳐 천천히 오르다 마지막 계단을 디디며 역 공간에 들어서자, 건물 내부 특유의 서늘함과 동시에 커피 향이 희미하게 몰려온다.
'카누 휴식역'이다. 드디어 찾아온 선물 같은 휴식에 가쁜 숨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동서식품은 다음 달 16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지하철 7호선 자양역 내 공간에서 ‘카누 휴식역’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서울시·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해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운영되며 '휴식'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이색적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고민 자판기'를 통한 카누 바리스타 캡슐 커피의 시음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이 외에도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작은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티켓 존'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향기와 함께 역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줄을 서 대기한 후 안내를 받고 시음 존을 방문했다. 원래는 키오스크를 통해 내 고민을 선택하고 커피를 추천받는 형식인 것 같은데, 방문 당시 키오스크 점검으로 인해 실제로 체험해 보지는 못했다.
대신 취향의 커피를 바로 선택해 한 잔을 받아 들고 포토 존으로 이동했다.
직장인 대신 미러볼이 가득한, 사람들의 발 대신 꽃밭이 펼쳐진, 퇴근길 종종 멍하니 감상하는 차창 프레임 안 강렬한 노을까지…평소 익숙했던 지하철의 공간을 몽환적으로 꾸며놓은 포토 존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대신 잠시 감상의 시간을 가져봤다.
포토 존을 지나 티켓 존으로 이동했다. 휴식역을 통해 가고 싶은 역을 적어보라는 키오스크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은 어딜까, 그런 고민을 해 본 지 너무 오래인데. 고민하다 단어 한 개를 넣었으니 작고 귀여운 티켓이 출력된다.
티켓을 가지고 여러 가지 색깔의 프레임과 체인을 고른 후 조립해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열쇠고리를 만들고 나자 집에서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캡슐커피를 선택해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체험 공간에서 나오자, 처음 지친 상태로 오르던 마지막 계단 옆에 서게 됐다. 이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지만, 향긋한 커피 한 잔과 삶의 작은 목적지가 적힌 열쇠고리를 손에 들고 있자니 새로운 하루를 열어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근처에 데이트를 나왔다가 우연히 들렀다는 A 씨는 "평소 카누를 자주 마시는 데, 오늘 마신 게 알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맛있게 느껴졌다"며 "오늘 한 체험 중 커피 시음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함께 데이트를 즐기던 B 씨는 "팝업스토어가 젊은 사람들 중심에서 벗어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열렸다는 게 뜻깊어 보인다"며 "어르신들도 저쪽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계신 걸 봤다. 이런 기획 참 좋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일상 속 지하철역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이색적인 콘셉트의 카누 휴식역 팝업스토어를 준비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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