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소주한잔](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406240805080217846a9e4dd7f492541784.jpg&nmt=30)
아, 이것마저 없다면”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라는 시입니다. 일부가 아니라 시의 전문입니다. 이 시는 본문만 읽을 게 아니라 제목부터 읽어야 제맛이 납니다. ‘퇴근길.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아, 이것마저 없다면’
그렇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겁니다. 희망이라고는 퇴근길에 소주에 삼겹살이 전부입니다. 이것마저 없다면 그 시절을 어떻게 버티며 살 수 있었겠냐는 탄식과 회한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시가 발표된 때는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인 1997년이지만 쓰여진 시기는 훨씬 전인 시인이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살기 힘든 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늦지 않은 저녁인데도 거리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이 보입니다. 손님이 줄고 인건비가 비싸서인지 일찍 문을 닫고 예전처럼 늦게까지 하는 가게들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족이 외식이라도 한번 하려면 예상 밖의 금액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진은 이른바 ‘홍대’로 불리는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를 지나다 찍었습니다. 우리 삶을 버티게 하는 데는 의외로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 이것마저 없다면’ 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버텨지는 게 또 삶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위로해주는 가족만 있어도.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습니다.
아직 취업을 못 해도, 비정규직이어도 심지어 직장을 잃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힘. 그 희망이 있다면 삶은 견딜 만해집니다. 소주 한잔 말고도 우리 삶을 버티게 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건 또 뭐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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