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물류센터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주로 맡던 업무인데 70대 근로자를 고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젊은이보다 일 배우는 속도가 더디지만 근무시간을 잘 지키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국에선 50대 중반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법률, 회계 등 전문직까지 60~70세 시니어들의 진출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고용주들의 시니어 고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자리에 대한 젊은층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MZ세대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대표하는 말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조용한 퇴사’ ‘받은 만큼 일한다’ ‘워라밸’. 이런 생각은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때로는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각이나 갑작스런 조퇴는 물론 예고도 없이 출근을 안 하거나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안 합니다. 단돈 몇 달러에 이직을 밥먹듯이 하고 얼마 못 가 힘들다며 갑자기 그만두면 고용주 입장에선 인력 운용이 쉽지 않습니다.
고용주들이 시니어들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바로 근무 태도 때문입니다. 출근시간을 칼 같이 지키고 맡은 일을 끝내야 마음 편하게 퇴근하는 시니어 세대의 직업윤리가 반갑습니다.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책임감으로 더 친절하고 끈기 있게 고객을 응대한다고 합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어느 게 더 낫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지 나이만으로 일할 수 있나 없나를 따지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각 세대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고용주 마음입니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학력에다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의욕을 갖춘 ‘파워 시니어’들이 속속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또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루면서 국가 생산력 감소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니어 일자리는 정년 이후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면서 사회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수단입니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연륜을 일자리로 풀어낼 수 있다면 연금 부족, 복지 재원 고갈 같은 초고령사회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에 대한 시니어들의 의욕을 잘 활용하면서 사회의 생산성을 올리는 고민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