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찍은 닭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입니다. 닭은 세계 어디서나 부담이 없는 음식 재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치킨’은 보통 말하는 ‘닭’과는 좀 다르게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치맥’이 유행하면서 닭과 치킨을 구분해 인식하는 현상이 더욱 짙어진 것 같습니다.
‘치맥’은 말 그대로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걸 뜻합니다. 치킨과 맥주는 어느 쪽도 우리 전통음식이 아니지만 이 둘을 묶어서 신조어를 만들고 옥스포드 같은 외국어 사전에도 등재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이자 문화가 됐습니다.
‘치맥’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1980년대 KFC가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끌면서 생맥주와 궁합을 맞추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는데 KFC가 아니라 국내 브랜드인 페리카나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 OB와 크라운 등 맥주회사는 독일식 비어하우스(일명 호프집)를 도입하면서 싸고 튀겨서 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육류 안주로 치킨을 선택했습니다. 이게 차츰 소시지와 마른안주를 밀어내고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치맥’이 엄청나게 소비되면서 월드컵 특수를 누린 치킨집들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그 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등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매력적인 주인공의 치맥 먹방씬이 화제가 됐고 ‘치맥’은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날아 오르게 됐습니다.
치맥이 유독 한국에서 강하게 자리 잡은 이유는 라거 계열이 주류인 한국 맥주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대중적인 에일 맥주는 특유의 향과 맛이 선명해서 튀김기름이 줄줄 흐르는 프라이드 치킨과 조합하면 서로의 맛을 상쇄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소시지나 햄버거 등이 곁들여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외국 맥주라도 필스너 우르켈, 칭따오, 하이네켄, 스텔라 아르투아, 아사히 같은 라거맥주는 치맥하기 괜찮습니다. 반면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구어조닭 같은 구운 치킨에는 에일과 더 잘 어울린다는 뜻이지요.
맛이나 냄새, 분위기로 따지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궁합이지만 건강에는 최악이라는 평가입니다. 튀김(기름)과 알코올의 조합이 몸에 좋을 리 없습니다. 맥주는 ‘마시는 빵’이라고 불릴 만큼 술 중에서 특히 탄수화물 함량이 높습니다. 게다가 치킨 한 마리는 대략 2천Kcal로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를 웃돕니다. 탄수화물에 지방이 많은 치킨까지 곁들였으니 엄청난 지방의 축적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활동량이 적어지는 밤이라면 치맥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즘 같은 더운 여름저녁엔 치맥 만한 게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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