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빠르게 바뀌는 세태라 벌써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이지만 최근 유행한 ‘원영적 사고’라는 게 있습니다. ‘원영’은 걸그룹 ‘IVE’의 멤버 장원영의 이름이며 ‘원영적 사고’는 그가 가진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뜻하는 말입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장원영이 한 빵집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자기 바로 앞에서 빵이 다 팔리자 다음 빵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장원영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앞 사람이 빵을 다 사서 너무 럭키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야”라며 오히려 잘됐다고 말합니다.
한 팬이 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순식간에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르렀으며 인터넷 밈으로 퍼지더니 급기야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저 아이돌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서나 유행하고 지나갈 것 같았던 신조어가 신문 방송에 소개되고 일종의 문화현상이 된 이유는 그 함의가 오늘날의 팍팍한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일 것입니다.
‘원영적 사고’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다 좋다는 초긍정적 사고입니다. 이를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하면 취업 결혼 등 치열한 생존현실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반영하고, 괴로운 상황을 합리화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를 보여준다는 관점입니다. 삐딱하게 보면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고 정신승리 하려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부정적 측면을 긍정적 결과에 이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자기객관화라면 삶과 현실에서 발전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상황이 바뀌기를 원하지만 나에게만 유리하게 전개되는 일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꿀 수 없다면 회피하거나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날이 맑으면 맑아서 좋고 비가 오면 해갈이 되니 좋은 것처럼요. 물론 모든 현상과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적 이슈나 공적인 문제 앞에선 분노하고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욕망을 비우고 사는 게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욕망은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욕망을 채우는 삶은 끝이 없습니다. 하나 채우면 새로운 욕망이 또 생겨납니다. 적으면 적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긍정하며 누릴 줄 아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대신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 하나도 행복의 조건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원영적 사고’는 시련과 고통 앞에서 무기력하게 좌절하기보다 성장의 기회로 관점을 바꾸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