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독수리처럼 날지도 못합니다. 치타처럼 빠르지도 않고 코끼리처럼 힘이 세지도 않습니다. 조그만 상처에도 아파서 쩔쩔매고 홀로서기까지는 엄청난 기간 동안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약점 투성이인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됐을까요.
그 어떤 종보다 뛰어난 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가 다른 종보다 특별히 더 뛰어난 능력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걸 보는 능력’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상하는 것을 믿고 그걸 서로 공유하는 능력입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일종의 ‘장애’로 볼 수도 있는 이 능력 덕분에 인류는 실체가 없는 것을 보고 상상할 수 있었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게 됐으며 이는 곧 문명과 과학기술을 탄생시켰습니다. 세상을 놀래키며 태어난 챗GPT는 불과 2년도 안 돼 진화를 거듭해 4.0버전으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DALL-E를 이용하면 명령어 몇 개만 입력해도 초거대 데이터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깜짝 놀랄 정도로 새롭고 신선합니다. 단순히 기존 데이터로 존재하는 그림을 검색해서 그려 주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런 인공지능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진 걸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작품들을 단지 모방하고 재조합(편집)한 것일까요?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새로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는데 결국 모든 창작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들의 모방, 편집, 재해석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예술만 그런 게 아닙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튼도 ‘우리보다 먼저 생각하고 고민했던 과거 거인의 어깨에 우리가 올라 서서 그들보다 더 멀리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인간과 기계가 모두 기존 데이터와 정보를 재해석하고 편집할 뿐이라면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