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 명이 죽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축적된 시간이 증명하는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확실히 더 빛나는 무언가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 노인들 – 당사자들은 이 말을 싫어합니다. 언어사대주의 탓인지 ‘시니어’라고 하면 왠지 꼰대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시니어’로 부르기로 합니다 – 은 어쩐지 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담대해지고 깊어지기까지 합니다.
단적인 예로 디지털 세상에서 주로 주변인으로 남겨졌던 시니어들이 요즘 크리에이터로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컨텐츠 제작과 공유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로봇이 AI(인공지능)를 만나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처럼 시니어들이 크리에이터가 되자 품격이 다른 컨텐츠로 무장한 영향력 있는 멘토가 되었습니다.
블로그, 팟캐스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공유하고 지식을 전수하며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섞고 있습니다. 이런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을 지칭하는 ‘그랜드플루언서’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랜드플루언서들은 ‘노화’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첨단 기술을 수용할 뿐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삶의 다양성과 깊이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세대갈등과 디지털 디바이드 같은 문제에 맞닥뜨린 현대사회에 새로운 시니어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고무적입니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한편 시니어 세대의 존엄성과 인간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구독자의 상당수가 젊은층인 걸 보면 그들의 활동은 세대 간의 이해와 연결을 단단하게 엮고 사회적으로 시니어들이 존중 받게 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노년기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노화를 자연스런 삶의 단계로 긍정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포용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이미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기 발랄한 젊은 크리에이터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그랜드플루언서의 주름은 존경과 감동을 줍니다. 힘들고 고단했던 시간을 견디며 얻은 훈장과도 같은 내면의 단단함이 그들에겐 있습니다. 그저 늙은 사람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온 시니어들은 인생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떻게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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