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한국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비슷하게는 ‘목수가 많으면 기둥이 기울어진다’ ‘상좌가 많으면 가마솥을 깨뜨린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각각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지시를 내리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혼란스러워진다는 뜻입니다. 리더십, 조직 내 의사 소통, 조직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격언들입니다. 한데 이 말들은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여기서 사공, 목수, 상좌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들입니다. 사공은 배가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물길을 잘 살펴서 노를 저어야 하고 빨리 지치면 안 되기 때문에 힘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합니다. 목수는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손재주는 당연하고 눈썰미도 좋아야 합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재료를 고르는 안목과 미적 감각도 뛰어나야 합니다. 큰 건축을 짓는 목수를 ‘대목’이라고 칭하며 ‘장인’ 대접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상좌는 스승의 대를 이을, 승려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중을 말합니다.
사공, 목수, 상좌 모두 오랜 경험에다 실력이 검증된 전문가들인데 이들이 여럿 모여서 부정적인 속담으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긴 서양에도 ‘요리사가 많으면 수프를 망친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이런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볼 수 있는 흔한 현상인가 봅니다.
사회의 모순을 풍자한 속담은 문자 그대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여럿의 사공 목수 상좌 요리사가 등장하는 이 속담들에도 숨어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자기 지식과 경험에만 근거한 중구난방의 주장도 문제지만 일을 결정할 기준이 원칙 없이 제각각인 것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수직적 구조인 우리 전통사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럿이 함께 소통하면서 합의하는 문화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선조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리더십을 가진 확실한 책임자 없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간섭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현재 이 땅에는 그간의 잘못된 교육으로 빚어낸 사공과 대목과 상좌들이 너무 많습니다. 소위 전문가라 할지라도 과거에 본인이 쌓은 경험에만 의존한다면 선의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요즘처럼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