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젊은 금메달리스트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나야 스포츠단체엔 문외한이니 내부 사정이나 운영시스템을 놓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통해 겪은 각종 협회나 단체의 모습을 보면 체육계라고 크게 다를까 싶긴 합니다. 물론 양궁협회처럼 모범적이고 칭찬이 쏟아지는 단체도 있지만 대다수 협회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건 보도를 통해 알게 된 정보일 뿐이지만 얼핏 보기에도 각종 협회들의 권위적인 관행과 통제, 규율 때문에 선수 개인의 자율에 기반한 발전이 어렵다는 얘기엔 공감하게 됩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조사 후 가려지겠지만(엄정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협회의 입장과 개인의 인식 차이는 상당히 커 보입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개인이나 기업 등의 집단이 있기 전에 협회부터 구성하는 게 그간의 방식이었습니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이나 기술 문화 체육 등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가 협회를 세우고 협회가 개인이나 기업집단을 이끌었습니다. 산업화 초기와 성장기 때는 이 모델이 주효했고 부작용이 있더라도 순기능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지금도 그런 시스템이 유효한가, 라는 점입니다. 경쟁력의 핵심이 바뀌었고 개인이 자체경쟁력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협회는 더 커지고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려고 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 상황과 환경,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관행과 시스템은 시대를 거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협회는 속성상 평균의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의사결정합니다. 대다수가 일반 회원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특출난 전문성과 튀는 혁신가를 배출하는 데는 보수적이며 안정 지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협회는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협회와 협회에 속하지 않은 사회를 편가릅니다. 그 결과 항상 분열과 갈등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심지어 회원이 협회를 나가고 싶어도 갖가지 규정을 들어 탈퇴를 막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규정과 벌칙을 만들어 협회의 독점권력을 공고히 합니다. 이 권력은 쉽게 깰 수 없는 기득권과 카르텔이 됩니다. 스스로 혁신하기 어렵고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후원금이나 지원금, 회원들이 내는 회비에 의존합니다. 반드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구조가 협회장이나 협회를 이끄는 리더들의 경쟁력이 다른 분야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현대 문명의 경쟁력은 창의력과 책임감 있는 개인의 자기의식에서 나옵니다. 개인이 비판의식이 높으면 그 문명의 경쟁력과 건전성도 올라갑니다. 청년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미래의 희망을 짓밟는 구시대적 통념과 관행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구태의연한 거버넌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이슈를 제기한 개인이 사회적,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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