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유명 작가와 일간지 기자가 나와 ‘유튜브가 미디어를 어떻게 바꿨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적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특히 언론이 신뢰를 잃은 건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지적이 타당하고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단적인 예로 항상 산업재해 1위인 건설업에 대한 비판은 별로 없고 아파트가격 기사 쓰기에 바쁩니다. 한국경제를 교란하는 재벌을 향한 비판 기사는 묻히고 속보이는 찬양 기사만 쏟아내는 건 언론사주와 연관이 있습니다.
소수의 공영방송을 제외한 언론사는 모두 사기업입니다. 언론 사기업의 대주주나 오너는 대한민국 0.001%의 부자들이고 대통령도 함부로 못하는 특권층입니다. 그들의 고객은 재벌, 대기업 광고주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부자와 강자의 이익을 지키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다 압니다. 언론사 사주는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한테 펜과 마이크를 맡깁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게 저널리즘이고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언론들은 사실을 중시하지도 않고 심층 취재도 안 합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도하고, 중립성을 지키기보단 이념집단이 돼버렸고, 일부러 가짜뉴스를 섞거나 인용할 정도로 품위를 잃었습니다. 그러니 언론의 영향력은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않은데 기성 언론인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기존 언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개인 또는 다양한 집단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한계와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디어로서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함량 미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오보를 내도 제재할 시스템이 없습니다. 정보의 신뢰성을 유튜버 개인의 역량과 양심에 맡겨야 합니다.
심지어 감시와 관리 책임을 져야 할 유튜브는 유튜버와 손익을 공유합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를 징계하면 유튜브는 손해보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선 기존 언론의 대체제가 될 수 없습니다.
기성 언론이 유튜브보다 확실하게 나은 부분이 있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과 전문 교육을 받은 기자가 있으며 ‘데스크’라는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강점은 곧 거대악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뉴스 소비자의 취사선택이 중요합니다. 기존 언론은 바뀔 생각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러니 혁신이나 개과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뉴스를 봐야 합니다. 과거 정보 유통과 지식을 독점하던 기성 언론을 개혁하기보다는 수준 높은 뉴미디어를 제대로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게 사회 발전에 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