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최근 1차 가처분 신청 기각에 이어 연이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사법리스크를 조장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2차 가처분의 쟁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과도하게 높은 가격(주당 89만원)으로 책정돼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결정하는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결정하는지였다.
지난 18일 진행된 심문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려아연에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을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해당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 회장 측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 영풍 측은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 포함시키려면 사용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서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배임이 아니고,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규모 차입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영풍 측은 고려아연 최 회장 등이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동안 자사주 취득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쟁점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별관계 여부였으나, 법원은 양측이 주식을 공동 보유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닌 만큼 특별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조7000조원이 회사채 발행과 은행 등으로 빌린 차입금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2차 가처분 기각 결정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하겠다”며 “이를 통해 경영권을 더 탄탄히 하고 영풍과 MBK의 기습적인 공개매수로 인해 멈췄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행위가 시세조종과 시장교란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금융감독당국 진정을 포함한 모든 사법적 절차를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기각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법적 절차를 악용했다는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이 명확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 14일 종료된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5.34%가 참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인 89만원보다 낮은 금액인 83만원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에 주식을 넘긴 주주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원천적으로 효력에 문제가 있는 만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