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1.05(화)
섣부르게 강제추행 합의금 줬다가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어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성추행의 정확한 죄명은 ‘강제추행죄’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상태나 동원한 수단 등에 따라 죄명이 달라질 수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통상적으로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되고 있다. 본 혐의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사람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 행위를 하면 성립한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점은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폭행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물리적인 힘의 행사나 직접적인 폭행 행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재판부의 입장은 다르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가 존재한다면, 그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하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폭행이나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그쳤더라도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하여 상대방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해야’ 혐의가 인정되는데, 이 지점에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성적 수치심은 개념이 모호하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는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성적인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사회통념상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추행 행위가 존재한다면, 설령 가해자에게 추행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혐의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추행을 하려던 목적이 아니었다는 항변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구지방법원 국선변호인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해결해 온 법무법인 가나다 윤상종 변호사는 “강제추행은 사건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면 쟁점에 대한 항변보다는 감정적 호소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와 수사기관 및 재판부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법률 조력을 받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상대방의 합의에 응하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굉장히 위험한 착각이다. 무고함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제추행 합의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본인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서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 상대방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상대방이 주변에 알리겠다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찾아와 불안한 마음에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강제추행 합의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유가 무엇이든 그 내심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사건의 제3자인 재판부는 유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법률 자문을 받아 무고죄 등으로 형사 고소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

이에 대해 대구 법무법인 가나다의 윤상종 변호사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추행범으로 몰리면 당혹스러운 마음에 상황을 무마하고자 그 자리에서 계좌이체를 하는 등 합의금을 전달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때의 송금이 추후 조사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사건 초기부터 전략으로 대처해야만 불필요한 합의금 지불 방지와 처벌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며, “무조건 숨기고 혼자서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설명했듯 성추행 사건도 구체적인 행위 태양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 한다)이 있다.

일반 성인이 아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추행을 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반면 만 19세 미만의 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면 아청법이 적용되어 2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1~3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는 일반 형법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에 더해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처분, 전자 발찌 부착명령, 교육이수명령 등 일상생활에 제약을 주는 보안처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윤상종 변호사를 포함한 법무법인 가나다의 성범죄 TF팀은 “성범죄는 다른 형사 사건과 달리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무고할수록 더욱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건 초기에 형사처벌과 보안처분을 모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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