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 착공식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도서관 건립비용 중 절반에 달하는 300억원을 기부했다.
김 회장은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라는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처음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 행사에 참석,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김 회장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통큰 기부를 하면서 탈세 의혹에 시달리는가 하면 적대적 M&A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실제 김 회장은 통큰 기부를 발표했을 당시 역외 탈세 논란이 불거졌고 MBK는 이후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논란이 됐다.
특히 김 회장과 MBK는 지난해부터 기업 지배구조를 내세우며 M&A에 나서는 가운데 거리가 먼 기존 주주와 손잡고 경영권 분쟁의 빈틈을 노려 뛰어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 측과 손잡은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대법원으로부터 카드뮴 유출 문제로 60일 간의 조업정지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며 “MBK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진과 손잡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MBK는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투자 수익을 회수하는 데 골몰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감에서도 MBK가 금융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기업을 인수하고, 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기업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이른바 ‘묻지마 빚투’ 방식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 바 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김병주 회장은 투자 원칙으로 대상 기업이 현금을 원활하게 창출하는지, 또 업계에서 선두권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며 솔직하게 투자 기준을 제시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돌연 지배구조를 앞세우고 있는데, 되레 연달아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논란 속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투자처 고갈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기부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가 최근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와 중국 자본 유입, 핵심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사모펀드 수장이라는 점에서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2021년 개인 이름으로 기부한 이유에 대해 미국의 문화를 들어 “개인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대부분 개인이 기부하고, 기부를 ‘선물(Gift)’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금전적으로도 기업 기부는 세금이 공제되기 때문에 정부로선 세수가 줄어든다. 반면 개인이 하면 절세나 홍보 등 다른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김 회장은 이미 역외 탈세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주 MBK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며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서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돈 벌고 미국에 세금을 낸 거죠.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