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입니다. 시인은 딸에게 ‘관찰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관찰은 ‘보고(觀) 살피는(察)’, 즉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관찰하면 발견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잘 관찰하려면 사물이나 현상을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속도를 늦추고 멈춰 서야 합니다. 멈춰 서서 자세히 오래 보면 대상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인은 여기서 그치지 말라고 합니다. 관찰은 실행을 위한 사전 준비입니다. 친구와 이웃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깊은 사색은 구체적 실천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거지요.
관찰이 겉을 보는 거라면 통찰(洞察)은 대상의 속까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통찰은 특정 맥락 안에서 원인과 효과를 이해하고 결과까지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합니다. 본질은 겉만 봐선 알 수 없습니다. 진짜 아는 것은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보이는 것 너머까지,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통찰이 필요합니다.
관찰과 통찰이 대상을 보는 거라면 성찰(省察)은 대상을 통해 나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고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뜻하지만 단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깨닫는 과정입니다. 성찰이 성숙해지면 ‘완성형 인간’에 한발짝 다가서게 됩니다.
사진은 홍콩에서 찍었습니다. 우산을 함께 쓴 꼬마가 딸인지 조카인지, 어쩌면 어린아이를 돌봐 주는 차일드 케어 서비스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겉(뒷모습)만 봐선 알 수 없습니다. 멈춰서 오래, 자세히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꿰뚫어야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나면 나중엔 나를 돌아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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