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지 않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선조들의 격언이다. 이러한 격언은 중책을 맡았거나 중요한 길을 가려는 정치인들에게도 많이 적용되는 말이다.
이 격언은 여러모로 현재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필요한 말 같다. 1000만 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김 지사의 행보가 이 격언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행보를 보면 대놓고 갓끈을 매는 수준이다.
김 지사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김 지사는 자신의 차기 정치적 행선지로 여겨지는 대선에만 눈이 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당 대표인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및 위증교사 선고가 수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는 지난 2일(한국시각) 독일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났다. 이들의 측근은 향후 정국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이 될 경우, 차기 대권에 가까운 이들이 당권을 잡고 대선 행보를 펼치려 한다는 게 정치권과 이 대표 지지자들의 분석이다.
김 지사의 노골적인 대권 행보로 읽히는 대목은 또 있다. 경기도민에게 공정한 도정을 펼쳐야 할 경기도지사가 특정 종교만을 두둔하거나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불교와 신천지예수교회가 ‘종교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을 가지려 했으나, 대관 당일이자, 본 행사 전날인 29일 사전 협의 없이 대관 주체인 경기관광공사는 대관 취소 결정을 내렸다.
남북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10월 15일 파주를 포함한 북한 접경지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했고, 불교와 신천지예수교회의 행사에서 애드벌룬 등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었기에 김 지사의 지시로 취소했다는 것이었다.
선뜻 듣기에 김 지사가 파주 시민과 행사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장소에서 10월 19~20일까지 ‘제19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도 애드벌룬을 띄웠으며, 지난 4일에는 스피커 시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대북 풍선과 방송 등을 고려했다면, 두 행사 모두 취소했어야 한다.
김 지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는 개신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개신교의 신자로 알려져 있다. 개신교 한 단체가 지난 10월 28일 경기관광공사 앞에서 ‘종교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 대관 취소하라는 항의 집회를 했다. 이를 보고 받은 김 지사가 대관 취소 취지의 긴급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황이다.
김 지사가 개신교에 편향됐다는 심증을 굳혀주는 일도 있었다. 지난 11일 옛 경기지사 관사였던 도담소에서 김 지사는 개신교 지역연합회와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타 종교인은 이 자리에 없었다.
자신에 대해 개신교 편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 김 지사는 이 모임이 정례적인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피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해당 모임을 진행했고, 이는 자신의 대권 가도에서 개신교의 표심을 얻어보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김 지사가 대권 행보를 걷기 전에 헌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부터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헌법 제11조와 20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2항에 따르면 국민 누구도 종교에 있어서 차별 받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하고, 국가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김 지사는 어느 것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