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1.18(월)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반 고흐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는 그림을 아주 늦게 시작했습니다. 서른 무렵까지 화방직원, 임시교사, 전도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사랑에도 실패한 빈털터리였습니다. 그에 비해 동생 테오는 파리에서 잘나가는 미술품 중개상입니다. 집에서 노는 백수 형의 재능을 알아본 테오는 형을 뒷바라지하기로 결심하고 고흐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합니다. 그 때 고흐의 나이는 스물일곱.

훗날 대표작이 된 《별이 빛나는 밤에》보다 고흐가 자신의 그림 중 최고라고 생각한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입니다. 평생 작품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한(그것도 동생 테오가 구매한) 불운했던 화가 고흐는 ‘사실’보다 ‘진실’을 그리고 싶어 했는데 이 그림이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고흐는 인상파 화가들이 알아보지 못한 하나의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밤의 빛’입니다. 고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밤은 낮보다 색채가 더 풍부하다. 가장 강렬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테오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해.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뜻이 아닐까?”

반 고흐는 언제나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걸었고 결국 서른일곱 나이에 그 별에 가서 닿았습니다. 고흐가 그린 별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고흐가 꿈꿨던 이룰 수 없는 목표와 그 이상의 ‘무엇’이 아니었을까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아마 고흐는 묻혀버리고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테오의 아내 요한나입니다. 고흐가 자살하고 일년 뒤 테오마저 죽자 요한나는 두 사람의 편지를 번역해 세상에 알리고 자신의 집에 전시관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고흐의 작품을 소개하고 발품을 팔아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고흐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테오와 마찬가지로 요한나도 지금은 아무도 반 고흐를 알아주지 않지만 언젠가 세상이 고흐의 예술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작품 400여 점을 모아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전 세계가 사랑하는 고흐와 그의 작품이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 사진은 《감자 먹는 사람들》을 비롯해 조카를 얻고 기뻐하며 그린 《꽃피는 아몬드 나무》 자신이 스스로 총을 쏜 장소이며 유작이 된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이 전시돼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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