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025학년 수능시험이 있었습니다. 기존 이공계 대학생의 재수 또는 N수에다 중퇴자까지 늘어 검정고시를 포함한 졸업생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의대 진학’입니다. 의대 정시전형 합격자 중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 비율이 80%에 이르는 걸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미국은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해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사례가 많습니다. 하버드를 중퇴한 빌 게이츠(MicroSoft)와 마크 저커버그(Facebook) 그리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리드칼리지를 한 학기만에 때려치웠습니다. 챗GPT를 개발한 OpenAI 창업자 샘 올트먼은 스탠포드를, 델컴퓨터를 만든 마이클 델 역시 텍사스대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런 선배들 때문에 스탠포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는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면 이미 실패자’라는 농담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이들에게 명문대학 졸업장은 세상을 움직일 아이디어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학졸업장보다 창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부추기는 사회분위기 영향이 큽니다.
한국도 요 몇 년 사이 대학 중퇴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그 성격과 방향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 때 한국 명문대생들은 휴학계나 자퇴서를 내고 입시학원으로 몰려갑니다.
카이스트를 비롯해 4개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1천 명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습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이공계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 사유는 ‘의대 진학’입니다. 여기다가 올해는 깊은 고민 없이 단행한 의대 정원 확대가 학업 중단에 불을 붙였습니다. 지방 의대생의 휴학과 자퇴도 늘었는데 이들의 목표 또한 수도권 의과대학 입학입니다.
생명을 살리고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의사를 향한 꿈은 훌륭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쏠림 현상이 너무 비정상적입니다.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대상의 ‘의대준비반’까지 생겼다는 소식입니다. 열 살 남짓 아이들이 중학교 과목을 선행학습하고 지금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한다는 겁니다.
성적 상위 1% 학생들의 꿈과 적성이 모두 의사라는 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바이오, 환경, 기후변화 등 첨단 분야에 뛰어드는데 우리 인재들이 의대만 바라보게 만든 데는 어른들 책임이 큽니다.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이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도전적인 시기에 그 귀한 시간을 교실에서 온통 입시에 쏟아붓게 만든 대한민국 어른들은 반성하고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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