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4(화)
사진=이상목 변호사
사진=이상목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보이스피싱은 전기통신을 이용해 사람을 속이고, 타인의 금융 정보를 빼내거나 금전을 갈취하는 사기 범죄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주로 전화, 문자 메시지, 가짜 웹사이트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개인 정보나 금융 정보를 얻은 후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면서 피해자들은 막대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으며 보이스피싱 처벌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사람은 주로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다. 타인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죄는 최대 10년의 징역형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만일 피해자에게 자녀의 납치나 사고를 주장하여 공포를 심어주고 금품을 빼앗으면 공갈죄도 적용될 수 있다. 공갈죄 역시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경우, 또는 그로 인해 얻은 이익이 크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전금법 위반이나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가 더해질 수도 있다.

요즘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며 국내에서 일반인을 모집해 피해자의 돈을 수거하고 전달하는 일명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기곤 한다. 현장에서 검거될 가능성이 높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면 보이스피싱의 주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업무의 일환으로 여겨 이 같은 지시를 수행했을 때에도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YK 이상목 변호사는 “정상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람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늘어나면서 ‘현금수거책’의 처벌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인 줄 알고 취직하여 정당한 업무 지시로 알고 수행한 이들에게 보이스피싱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형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범행 가담 인식 여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가담 인식 여부란 행위자가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는지, 아니면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인식했으나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지, 아니면 범죄임을 알면서도 가담했는지 여부를 말한다. 만약 행위자가 범죄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한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높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범죄임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범행에 가담한 경우로, 이때는 공동정범으로 간주되어 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상목 변호사는 “재판부나 수사기관은 당사자의 진술만 가지고 범죄 가담 인식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 반복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나 구체적인 행위 태양, 당사자의 나이와 사회 생활 경험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반대되는 진술을 할 경우, 오히려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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