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에 인수된 일부 업체가 경영 악화에 이은 매각 실패, 투자 축소, 노사 갈등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K가 기업 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인수 대상이 된 기업의 근로자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5년 전 MBK에 인수된 롯데카드의 노동조합은 최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 노조는 “롯데카드 임원의 성과급은 최고이지만, 직원의 성과급은 꼴찌 수준”이라며 “회사는 괴롭힘을 일삼고 갑질하는 임원은 감싸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절대불가만 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 10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3657억원)보다 72% 줄어든 규모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지난해보다 실적이 하락한 곳은 롯데카드뿐이다.
지나치게 짧은 단기 매도 시도도 도마에 올랐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몸값 탓에 입찰이 불발됐다. 이후 매각 시도를 지속하는 동안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MBK는 홈플러스도 사들였다. 그러나 현재 성적표는 ‘투자 실패’에 가깝다. 인수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홈플러스를 MBK는 여전히 재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외 법정관리에 들어간 영화엔지니어링, 채권단 관리 절차에 돌입한 딜라이브,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등도 비슷한 사례다.
최근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임직원들의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중 부회장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중국에 매각 않는다는 입장에 대해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MBK는 코웨이와 대성산업가스는 인수 후 각각 6년, 2년 만에 1조원의 차익을 거두며 매각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며 차익으로 약 2조2000억원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