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늦은 밤 45년만에 내려진 계엄령으로 대한민국이 격량 속에 빠졌다. 이로 인해 외환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도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5분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시건인 1979년 10·26 사태를 계기로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선포된 계엄은 대통령실 주요 참모도 계획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며 말문을 뗐다. 이어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 사법부 압박 등 사법 업무 마비, 행정부처장들에 대한 탄핵 시도로 행정부가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국가 본질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면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충격을 받은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바로 국회로 향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로 모여달라고 요구했다. 여당 대표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요건도 맞지 않은 위법한,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며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비상계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은 오래가지 못했다.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이 긴급하게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이 나오자 야당 의원들을 필두로 국회 본의회장으로 몰려들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계엄 선언이 있은 지 2시간 30분 뒤 재석의원 190명 중 190명의 찬성으로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혼란은 일단락 되는 분위기지만,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언을 한 지 150여 분 정도 흘렀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혼란도 가중됐고,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는 접속이 중단되는 등 금융·외환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후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매일 개최해 위기 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추가 시장안정 조치는 각 기관이 점검 후 금일 오전부터 신속히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는 4일 오전 7시에 다시 열린다.
기재부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직후 1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간부회의에서 “기재부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경제 전반 관리 및 점검에 흔들림 없이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장관 주재로 1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진행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도 실·국장 전화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4일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