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05(목)
고려아연 vs MBK‧영풍, ‘비밀유지계약’ 공방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고려아연과 MBK가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가운데 ‘비밀유지계약’(NDA)이란 또다른 변수가 떠올랐다. 핵심은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맺은 비밀유지계약을, MBK와 손잡은 영풍과 함께 이번 M&A에 활용했냐는 것이다.

계약서 체결일은 지난 2022년 5월 17일로, MBK는 이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에 서명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이다. 고려아연 측은 MBK가 NDA 종료 석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바로 다음날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만큼, NDA가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함께 적대적 M&A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금감원 공시에는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9월12일이다.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M&A 작업에 대한 검토를 넘어 복잡한 경영협력계약까지 체결하고, 수조 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것이다.

머니S의 보도에 따르면 양사 간 NDA에는 계약 위반 시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 구제 등 법적책임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계약 8조는 '정보수취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MBK가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대한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7조는, 정보 수취자는 기밀 정보가 한국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포함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주식을 거래하거나, 비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고객, 주요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계약서 11조에 따르면 MBK가 본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고려아연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MBK 측에 계약 위반에 대한 특정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MBK 대리인 영풍은 2022년 5월 최윤범 회장 관계자가 MBK파트너스 투자운용 부문 중 한곳인 ‘스페셜시튜에이션스(Special Situations)’측에 투자해 달라고 찾아왔고, 고려아연 측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영풍은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Buy Out)’ 부문은 2022년 5월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MBK 투자 운용 부문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 아웃' 부문과 소수지분투자·사모사채 등의 '스페셜 스튜에이션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는데다 ‘차이니스 월’(정보교류차단 장치)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차단돼 있고,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고 영풍은 밝혔다. ‘바이 아웃’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는 투자 대상과 전략이 각기 다르다고도 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MBK의 '바이 아웃' 부문은 2022년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부 준법감시팀의 검토 및 승인 아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당시 BCG(컨설팅 회사)가 개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과 해당 자료는 고려아연 홈페이지와 IR자료에 이미 공개된 자료와 크게 다를게 없어 해당 건은 더 이상 진행 없이 2022년 6월에 종결됐다고 했다.

영풍 관계자는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 부문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해당 트로이카 드라이브 설명서를 활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 주장은 MBK 파트너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추측과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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