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슬프고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현장을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돌아보며 그곳의 의미를 되새기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을 뜻합니다. 제주도 4.3이 일어난 곳이나 일본 사도광산(군함도), 태국 미얀마 국경의 콰이강의 다리 같은 곳이 되겠지요.
‘안네 프랑크 하우스(Anne Frank Huis)’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도피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나치에게 체포돼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까지 숨어 살던 작은 집입니다.
안네는 이 집에 사는 2년 동안 겪은 일과 생각한 것들을 매일 일기장에 기록했고 2차대전이 끝난 후 그의 일기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안네와 가족들은 나치의 감시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다락방에 숨어 살던 안네에게는 ‘키티(Kitty)’라고 이름 붙인 일기장이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내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 스스로도 신기해. 그것은 아마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선량함이 있다고 여전히 믿기 때문일 거야.” (1944.7.15 안네의 일기)
결국 나치에게 발각된 안네네 가족은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는데 안네는 다음 해인 1945년 3월, 15살의 나이에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합니다. 몇 달 후 2차대전이 끝나고 가족 중 유일하게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딸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안네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합니다.
《안네의 일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1960년에는 안네 가족이 숨어 살던 집이 ‘안네 프랑크 하우스(Anne Frank Huis)’라는 이름의 박물관이 됐고 매년 관광객 1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방문객이 늘면서 개축공사를 했지만 건물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를 통해 무고한 사람들을 박해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달을 뿐이죠.” (1970 아버지 오토 프랑크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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