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국을 여행할 때 화장실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경험 한두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공중화장실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유료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유럽이 그렇습니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베르사유 궁전조차 화장실이 없을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런 DNA가 이어져서 그런지 유럽의 많은 나라는 여전히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화장실 인심이 좋은 편입니다. 어디를 가든 대부분 화장실을 공짜로 쓸 수 있고 공원이든 공공기관이든 어렵지 않게 깨끗한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화장실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문명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을 찾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깨끗하고 수준 높은 화장실 문화를 유지한 건 아닙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능한 일반 공중화장실을 피했고 어쩔 수 없이 일을 보게 되면 께름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게 소득수준과 함께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화장실 문화도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일찍부터 화장실에 관한 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시설과 청결에 있어서 일본은 누구라도 감탄할 정도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가 그것인데 러닝타임 두 시간 내내 도쿄 시내 시부야의 다양한 화장실을 보여줍니다.
‘도쿄 토일렛 서비스(Tokyo Toilet Service)’ 직원인 주인공은 마치 군대에서 조교가 시범을 보여주듯이 세세하고 꼼꼼하게 화장실 청소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일본은 비데 보급률이 80%가 넘을 정도로 ‘비데의 나라’인데 공중화장실도 모두 비데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비데의 물 배출구까지 비누거품을 내어 솔로 깨끗하게 닦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변기 뒷면까지 반사경을 이용해 세밀하게 걸레질을 합니다. 이것만 봐도 일본의 화장실이 어떻게 그렇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사진은 홍콩에서 찍었는데 ‘公廁’은 공중화장실이라는 뜻입니다. 홍콩은 두 번 가봤지만 화장실과 관련해서는 인상적인 기억이 없습니다. 문화는 동 시대에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생활양식을 말합니다. 공중화장실도 많은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이고 나름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 화장실 벽을 가득 매웠던 ‘주옥 같은’ 명언들과 삶의 고뇌(?)가 담긴 문장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게 된 건 조금 아쉽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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