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포토에세이]입니다. 월요일에 쓰는 이 에세이를 위해 정성껏 찍은 사진을 10년 넘도록 한 주도 잊지 않고 보내준 후배 박상욱 작가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얼굴도 한번 못 보고 해를 넘기게 생겼네요.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글과 사진으로만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우리처럼 느슨한(?) 사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찍었다는데 공사현장의 작업자들인 것 같습니다. 공사현장에는 ‘TBM’이라는 게 있습니다. 원래는 ‘Tool Box Meeting’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공구상자에 앉아서 그날 해야 할 작업과 주의사항 같은 걸 전달하고 안전수칙을 공유하는 걸 말합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에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몸을 푸는 체조부터 업무지침과 그날 특이사항을 공지하고 작업 지시, 안전 관련 유의사항, 건의사항 공유까지 그날 업무 전반에 걸쳐 토의하는 것으로 확대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사현장은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까지 작업자와 관리자가 일사불란하게 정해진 작업량을 사고 없이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작업이라는 게 대부분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자칫 조그만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지고 잘못하면 산업재해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늘 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작업 전에 반드시 몸을 푸는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면서 좀 유치한 듯 보여도 안전수칙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게임 전에 웜업(Worm-up)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부상을 입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을 시작하는 것 못지않게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그날 작업을 마치면서 했던 일을 되돌아보는 걸 말합니다. 경영학에선 흔히 ‘Wrap-up meeting’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늘 작업의 전체 과정을 정리하고 잘된 일, 실수한 일, 개선할 점 등을 체크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것과 거치지 않은 것은 다음 작업 때 확실히 다른 결과(퍼포먼스)로 나타납니다.
지금은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어제는 많은 사람이 죽는 엄청난 사고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고는 예방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정리 과정을 거치는 게 아무래도 내일을 살아가는 데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만큼 말도 많았습니다. 쏟아진 말들 중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말을 생각해보니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한강 작가의 얘기가 가장 깊이 남습니다. 다시는 이런 말을 안 하게 되는 사회가, 나라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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