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1.02(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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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두고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인데, 유력 거론되는 '조류 충돌' 자체는 비교적 흔한 일이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은 미국에서는 한 해 1만~2만 건 수준으로 일어난다. 2023년 기준 미국 713개 공항에서 보고된 조류 충돌 건수는 1만9400건에 달했다.

같은 해 외국 공항에서 벌어진 미국 항공기의 조류충돌 사례도 적지 않다. 55개 국가에서 236건에 달했다고 한다. 대부분은 피해가 없거나 경미한 정도에 그쳐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중대한 사고 사례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중대 조류충돌 사고는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 US에어웨이스 사고다. 당시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지만, 기장과 승무원, 승객의 단합 대응으로 모두가 생존했다.

해당 사고는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노스캐롤라이나행 항공기가 기러기 무리와 충돌하며 발생했다. 충돌로 기체는 엔진 2기의 동력을 잃었고,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의 조종으로 맨해튼 인근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1995년에는 알래스카 앵커리지 인근 엘먼도프 공군 기지에서 캐나다 기러기가 공군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기체 엔진이 동력을 잃으면서 추락했고, 캐나다·미국 항공병 24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1988년에는 에티오피아 북부 바히르다르 공항에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이륙 중 비둘기떼와 충돌, 공항 근처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104명의 승객 중 3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밖에 1960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이스턴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찌르레기떼와 충돌한 사고가 있다. 이 사고는 탑승자 72명 중 62명의 사망자를 냈고, 조류 충돌에 대한 항공 규제 당국의 주의를 일깨웠다.

다만 이번 제주항공 사고를 두고는 아직 조류충돌 등으로 원인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 영상을 보며 "저 정도 고도라면 이미 랜딩 기어는 나와 있어야 한다"며 "어떤 사유로 복행을 했기 때문에 (랜딩 기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유는 아직 모른다"고 했다.

그는 "결국 왜 랜딩 기어를 못 내렸는가를 핵심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가정이지만,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걸 보면 수동 장치를 내릴 시간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수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지 혹은 조종사가 공황에 빠져 잘못 판단한 것인지 등등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장은 활주로의 길이에 묻는 말에 "무안 공항 활주로 2.8㎞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다만 활주로 끝에 있는 둔덕이 없었다면 사고나 폭발이 덜 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둔덕에 비행기 수평 방향 안내를 돕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놨는데, 보통은 평지에 있다. 어느 공항에서도 이런 둔덕을 본 적은 없다"며 "이것도 가정이지만 저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는 지금보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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