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1.03(금)
[신형범의 千글자]...2024년 마지막 인사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외면 일기》을 읽다 보면 ‘아, 진짜 그렇네’라며 무릎을 치게 되는 문장들을 여럿 발견하게 됩니다. 가령, 막연하게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애매했던 것의 정곡을 시원하게 찌르는 문장 같은 것 말입니다.

“크리스마스와 1월 1일 사이의 이상한 일주일은 시간 밖에 있는 괄호 같다”는 말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일주일이며 새해가 시작하기 전 일주일이기도 한데, 아쉬움 미련 같은 감정으로 한없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대와 희망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한데 올해는 그 일주일 사이에 인간의 힘으론 어찌 할 수 없는 큰 사고로 179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기이한 일주일도 다 가버리고 2024년이 이제 꼭 하루 남았습니다. 마지막 날,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에 이만한 명분을 가진 날도 없습니다. 끔찍한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사망자와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처구니없는 국가적 혼란으로 온 국민이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루지 못한 꿈, 치유 받지 못한 상처로 점철된 한 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웠지만 밝았고, 추웠지만 뜨거웠으며, 답답했지만 후련했습니다. 작지만 큰 힘이 됐고, 힘들었지만 힘이 솟았습니다. 한겨울 추위에도 봄날 같았고 하늘에는 큰 달이 떴고 달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별들이 반짝거렸습니다. 각자의 생각이 모여 절실함이 되었고 일단은 소중한 것을 지켰습니다. 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수퍼맨이 되어 지구를, 아니 나라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이없는 후진국형 사고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절망과 희망, 환멸과 환희가 오가는 해를 보냈지만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결국에는 선한 결과로 이끌겠다는 다짐으로 뿌려진 희망의 씨앗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내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힘들고 실의에 빠졌을 때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용기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떠날 것 같지 않던 2024년에게 드디어 작별인사를 보냅니다. 변변찮은 일기와 동행해 주신 독자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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