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해가 어디 있는지를 보고 지금이 언제쯤인지 가늠했습니다. 동쪽에 아침 해가 뜨면 일을 나갔고 해가 서쪽으로 뉘엿하면 집에 갈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가 시계의 역할을 했다면 달은 매일의 날짜가 적힌 달력이었습니다.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리고 달이 보이지 않는 그믐을 지나면 달의 모양은 같은 순서로 규칙적으로 반복됩니다. 우리가 30일을 한’달’이라고 하고 날짜가 적힌 달력을 ‘달’력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아침 해가 떠오른 위치가 매일 조금씩 변하고 1년이 지나면 해가 작년에 떠오르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떠오른다는 것도 선조들은 알았습니다. 우리가 1년을 한’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손목에 찬 시계와 벽에 걸린 달력을 이용하듯이 선조들은 해와 달로 시간과 날짜를 쟀습니다.
원래 로마는 1년을 10개월로 나눴는데 3월을 1년의 시작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다 실제 태양주기와 달력의 오차가 커지자 1월과 2월을 1년의 끝에 붙였고 제일 끝 달인 2월에서 하루를 적절하게 추가하는 방식으로 오차를 보정했습니다. 이 흔적이 달의 이름에도 남아 있는데 9, 10, 11, 12월을 부르는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는 각각 라틴어 7, 8, 9, 10을 뜻하는 말로 나중에 추가한 1월과 2월 때문에 두 개씩 밀려 숫자와 부르는 이름이 맞지 않게 돼버린 것입니다.
사연은 또 있습니다. 로마 역사에서 위대한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기념하기 위해 그가 태어난 7월을 July(율리우스)라고 칭하고 8월은 옥타비아누스 황제에게 헌정하기 위해 ‘Augustus(존엄한 자)’라는 호칭을 붙여 August(오거스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원래 이름이던 Quintilis(다섯 번째)와 Sextilis(여섯 번째)는 애꿎게 위인들에게 이름을 빼앗긴 것이지요.
두 위인은 서양 역사의 기틀이 된 로마제국을 연 인물이고 높고 낮음을 비교할 수 없다 보니 원래 순서상 8월은 30일이어야 맞는데 마지막 달인 2월에서 하루를 떼어 와 31일로 만들었습니다. 7월과 8월이 연달아 31일인 이유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1895년 을미개혁이 추진되면서 그 때까지 사용하던 음력 대신 태양력이 선포됩니다. 이에 따라 1895년 11월 17일은 1896년 1월 1일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1895년 11월 25일 또는 12월 며칠에 무슨 사건이 생겼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우리 역사 기록에서 1895.11.17~12.30, 즉 44일 간은 없는 날짜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개인의 역사에서도 할 수만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보통 ‘흑역사’라고 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선 2024년 12월이 그런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는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당연시되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은 모두 벌받는, 사리사욕에 앞서 공동체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새해 아침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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