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는 술술 읽히는데 반성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지난 주에 빌렸지만 어제 다 읽었기 때문에 2025년 첫 책이 됐습니다. 피아니스트 조현영이 아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아들이 클래식과 더불어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클래식을 왜 들어야 하는지, 들으면 뭐가 좋은지 음악을 통해 인생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꽤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잘 알지는 못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게 아니라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배경음악으로 깔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으면 익숙한 음악은 많아도 누구의 어떤 곡인지, 누가 연주했는지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저자는 클래식을 꽤 오래 들었는데도 여전히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클래식을 배경음악으로만 들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콕 집어 지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운동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클래식을 듣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평생 이렇게 들어서는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고 단언합니다. 완전 내 얘기였습니다.
집중해서 듣고 기억하고, 만나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 그저 의미 없이 흘러가는 배경일 뿐이라는 겁니다. 클래식과 친해지려면 먼저 제목 정도는 기억하고 반드시 집중해서 들어 보라고 권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분야라는 말이 아닙니다. 좋아하고 알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수고로움도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제목을 알지 못해서입니다. 많이 듣긴 하는데 제목을 외우지 못하니 다시 들으려고 해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외국어에다 전문용어가 섞이고 그냥 숫자일 뿐인 작품번호와 조성까지 기억하는 건 전공자들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음악 정도는 제목을 기억해 이름을 불러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클래식 음악이 의미를 갖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도 자주 듣고 많이 불러주고 자꾸 찾아봐야 합니다. 가까이 두고 친하게 지내는 게 익숙해지는 지름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피아노 협주곡 하나를 연주하기 위해서 연주자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선하는 수도자처럼 견디는지 직접 연주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것들을 견뎌야 합니다.
그런데 왜 클래식이어야 할까요. 오래된 것에 대한 신뢰입니다. 시간을 이겨내는 것들은 위대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음악이라면 분명 무언가 다른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다시 꺼내 읽고 들을 때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줍니다.
또 클래식은 침묵이 필요한 음악입니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들을 수 없고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은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클래식이 갖고 있는 명상적 기능입니다. 이건 깊게 그리고 오래 들어야만 누릴 수 있습니다. 경청의 기술을 익히게 해주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의 가치를 알게 해줍니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고 잘 배울 수 있으며 생각하고 멈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줍니다. 또 한 수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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