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은 최근 영풍을 상대로 주주 행동 목적의 홈페이지(valueupyoungpoong.com)를 개설하고 강성두 영풍 사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공개 서한에 참여한 주주들의 주식수는 총 3만 6천 주 이상으로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 주식수의 약 2.1% 수준이다.
컨두잇은 그간 영풍의 주가가 부진했던 원인으로 △지속된 환경·안전 사고 △주력사업의 부진한 성과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미흡한 주주 환원 등을 꼽았다.
다음은 서한 전문
1. 본 서한의 배경
귀사는 “수출산업과 수출진흥을 통한 한국 경제 재건”이라는 창업 이념 아래 75년간 끊임없는 도전으로 세계 제일의 아연 기업으로 등극하였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가치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바, 향후 귀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기존의 경영 방침에서 벗어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2. 발신인은 귀사의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환경/안전사고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귀사의 석포제련소는 1970년 설립 이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 동안 총 76건의 환경 법령 위반 사실이 적발된 바 있으며, 그로 인한 관계 당국의 고발도 25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년 12월에는 환경오염시설법 위반으로 10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 생산 중단이 이루어진 바 있으며, 작년 12월에는 탱크 수리 과정에서 비소가 누출되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영민, 배상윤 대표이사가 구속기소 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안전사고는 귀사가 쌓아온 신뢰에 막대한 손상을 입힌 것을 물론, 경영활동에 직접적으로 차질을 끼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금년 11월에는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주주들이 이와 같이 지속된 환경 법규 위반을 수수방관한 것은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로 귀사의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낸 바 있는데, 당사도 환경 법규 위반 행위를 멈추기 위해 귀사의 경영진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귀사도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환경 개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020년부터 2024년 기간 동안 귀사에서 설정한 환경 개선 분야의 충당부채는 총 3,305억으로 연평균 661억에 불과, 귀사가 밝힌 “연간 1,000억 원 이상”이라는 목표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환경/안전 분야에 대한 미흡한 투자와 가시적인 성과의 부재는 귀사의 경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회사의 미래가치에도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나. 주력사업의 부진한 성과
귀사는 비철금속 제련업을 본업으로 하는 회사로, 연결 기준 매출액의 41.12%가 제련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제련 사업은 회사의 모태가 되는 사업이자 주력사업으로, 오늘날 영풍이 비철금속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게 만든 주역이나, 최근 몇 년 간의 부진한 사업 성과는 많은 주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귀사는 2021년 약 728억 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약 1,078억 원, 2023년에는 약 1,4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금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약 2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등 적자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는 국내외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아도 저조한 실적입니다.
아연 제련업의 부진한 성과보다도 더욱 심각한 우려 사항은 주력사업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회사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귀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제련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항목인 유형자산 취득에 지출한 금액은 2021년 약 670억 원, 2022년 약 586억 원, 2023년 약 646억 원에 불과했습니다(개별 기준). 이는 국내외 동종 사와 비교했을 때 사업 규모 대비 미진한 수준으로, 귀사가 설비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은 많은 주주분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주요 경쟁사 설비투자 현황]
고려아연 (연간 64만 톤) 2033년까지 제련사업에 5조 투자 계획 발표 (2023.12)
Hindustan Zinc (연간 100만 톤) 2027년까지 약 2.8조 투자해 생산량 2배 증량 계획 발표(2024.10)
Boliden Odda (연간 20만 톤) 약 1조 투자해 생산량 연간 35만톤으로 증설 진행 중 (2025 완공 예상)
영풍 (연간 40만 톤) 증설 및 신규 투자 계획 발표한 적 없으며 유형자산 취득 미미한 수준
다.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귀사는 금년 9월 MBK파트너스와 연합하면서 귀사가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였습니다. 귀사가 금년 9월 13일, 9월 26일, 10월 4일에 제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귀사가 MBK파트너스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하였고, 귀사가 보유 중인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도하게 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귀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526만 2,450주는 기준 시점에 따라 2.5조에서 12조가량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고, 이는 귀사의 시가총액(2024.12.20 기준 7,368억 원)의 약 7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언론에 의하면, 일부 기관투자자는 귀사가 MBK파트너스와 맺은 경영협력계약에 미공개된 내용이 많아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은 이처럼 회사의 자산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주주들은 동 지분매각 후 유입될 현금의 활용 방안을 전혀 고지받지 못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 미흡한 주주환원
귀사는 2009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한 사실이 없습니다. 기 보유 자사주 121,906주는 소각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2016년 주당 1만 원의 배당을 실시한 이후 배당금 인상이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주가가 100만 원을 상회하던 시점부터 투자자들로 하여금 귀사가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여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3. 본 발신인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귀 이사회에 다음 사항을 요구합니다.
가. ESG 경영 원칙 확립과 구체적인 실현 계획 수립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귀사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환경/안전사고는 귀사의 평판은 물론 회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한 경영’이 주요 화두로 자리 잡은 현재, 국내외 여러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에 엄격한 ESG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있고,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한 기관투자사의 담당자는 귀사의 제련소에 대해 “체르노빌 발전소와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귀사가 야기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당사는 귀사의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ESG 경영 원칙 확립과 구체적인 환경/안전사고 개선 계획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제안합니다.
나. 아연 제련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및 결단
아연 제련 사업은 귀사의 주력 사업이지만 4년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경영진은 설비 투자 등 유의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데, 그들은 제련 사업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당사는 아연 제련 사업에 대한 귀사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여 주시고,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결단을 포함하여 추가적인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다.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해소
또한 주주들은 귀사와 MBK파트너스 간 콜옵션 계약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하는 동시에, 고려아연 주가가 상승할수록 귀사의 손해액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사는 ① 해당 콜옵션 계약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과 ② 계약의 내용이 공개된 이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 필요시 콜옵션 가격 조정 등 계약 변경에 돌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라. 비영업 자산(부동산) 매각
2024년 9월 30일 기준, 귀사는 장부가 기준 약 4,582억 원 상당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재평가할 경우 그 가치는 1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업과 무관한 과도한 투자부동산 보유는 저PBR을 야기하는 주 원인이 되어 주주가치를 훼손하게 됩니다. 이에, 당사는 귀사가 보유한 사업과 무관한 투자부동산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회사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기를 제안합니다.
마. 주주환원 확대 및 주주환원 원칙 수립
앞서 당사는 귀사의 발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귀사의 발전을 위한 여러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귀사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그 과실을 주주들과 나누지 않는다면 주주가치 제고는 요원할 것입니다. 특히, 귀사는 9월 25일 MBK파트너스에 3천억원 규모의 자금대여를 실시한 후, 1개월 내에 상환받은 바 있어, 주주환원을 위한 현금은 충분히 확보된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당사는 ① 3천억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② 기 보유 자사주 121,906주 즉시 소각, ③ 5개년 주주환원책 수립 및 발표, ④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액면분할을 제안합니다.
당사는 귀사 이사회에서 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 및 이행하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본 서신에 담긴 제안들을 검토 및 이행하는 데 협조가 필요하실 경우, 발신인은 적절히 조력할 의사가 있습니다. 본 주주 서한을 통해 귀사가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가치가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당사에서는 주주간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주주명부를 수차례 요청드렸으나 귀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를 거절한 바 있습니다. 상법 396조의 2에 명시된 주주명부 열람등사 의무를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