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필명은 ‘천 글자 일기’입니다. 긴 글을 읽지 않은 세태임을 감안해 가능한 짧게 쓰겠다는 다짐과 너무 짧으면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사이에서 나름 타협한 길이가 ‘천 글자’입니다. 사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별로인데 길고 지루하기까지 하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짧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쓰다 보면 그게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새해 들어 쓴 일기가 두 편 다 평소보다 약간 길었습니다. 천 글자를 넘겼다는 뜻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오랜 독자 친구로부터 곧바로 지청구가 날아왔습니다. 올해 첫 포토에세이인데 길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남의 나라에 침략당해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들 중에서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는 내가 아는 한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그 뿐인가요.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여성 노벨문학상을 수상 작가도 배출했습니다.
BTS 블랙핑크를 뒤이어 로제,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소프트파워에서도 놀라운 성과들이 이어졌습니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웬만한 나라들을 뛰어넘는 눈부신 결과들입니다.
그런 놀라운 나라, 대단한 국민들이 지난 한 해 가슴 아픈 일을 겪어야 했고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 년간 무수한 고난을 이겨낸 우리의 국난 극복 DNA를 믿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는 취미가 ‘국난 극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입니다. 원문은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인데 번역이 더 잘됐다고 평가받는 명대사입니다. 인천 청라에서 찍었는데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해, 새로운 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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