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다” “신기할 정도로 평화롭고 질서정연하다” 최근 외신들이 한국의 시위 모습을 보도한 것 중 눈에 띄는 내용입니다. ‘축제처럼 북적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디스플레이가 화려하고 메시지는 명확해서 사람을 하나로 묶는 창의적인 시위문화가 다음 세대형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번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10대 20대 30대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상입니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참여도 안 하며 자기만 아는 MZ세대’라고 개탄하던 기성세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위의 중심에 MZ세대 여성이 선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동의할 만한 내용들을 모으고 내 생각을 보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이들의 경험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 《헝거게임》 같은 대중문화 컨텐츠를 통해 독재와 쿠데타를 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또 현실에서는 ‘세월호’와 ‘이태원’ 같은 참사를 통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고 불신을 직접 겪은 세대입니다. 이런 직.간접 경험들이 불의에 맞서는 저항으로, 또 사회적 연대와 책임의식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는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바뀐 미디어 환경은 실시간으로 현장의 영상과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 중’이라는 메시지와 FOMO(나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 인증을 통해 ‘참여자’로서 ‘멋짐’을 과시하려는 심리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회적 소속감을 확인하고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연대를 표출한 것입니다.
세 번째가 중요한데, 페미니즘운동 경험과 의식은 여성들에게 연대와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계엄으로 인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운동은 집회 같은 사회적 참여에 익숙하도록 훈련시켰고 연대화(連帶化)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탄핵 집회로 자연스럽게 연결됐을 것입니다.
MZ세대, 특히 여성을 집회의 중심으로 이끈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 요인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런 서사는 단순히 정치적 저항이 아니라 MZ세대가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로 삼고 현장에서는 구호, 음악, 코스프레, 메시지 전달방식을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도록 했을 것입니다.
정리하고 보니 여전히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모자라는 통찰을 채워 주실 분 안 계신가요? 덧붙여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시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료, 김밥, 어묵탕 같은 걸 선결제하는 방식은 세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시위문화입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 지 고민 중인데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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