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1.09(목)
[신형범의 千글자]...입은 다물고 지갑만 열라고요?
회식을 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 지키고 앉아 이런저런 좋은(?) 얘기나 충고 따위를 늘어놓고 2차까지 참석하는 상사는 최악이라는 얘기가 꼰대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회식자리에선 가급적 빨리 일어서면서 계산까지 하고 가는 상사가 그나마 괜찮은 상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후배들은 싫어하는 선배한테는 지갑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상사나 선배와는 시간 자체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비싼 밥이고 술이고 다 됐고 그냥 자기들을 내버려두는 어른을 원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꼴 보기 싫은 어른이 없는 자리입니다. 어른들은 이제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꺼져 줄 테니, 재밌게 놀아라’는 심정으로 눈치껏 자리를 떠야 그나마 봐줄 만한 어른 취급을 받습니다. 나이 먹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시간은 자본이자 마음이며 가능성입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줍니다.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그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한 존재입니다. 젊은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어른은 어떤 어른일까요.

여기 세 종류의 어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꼰대 소리 듣는 게 두려워 젊은이들의 기분을 건들지 않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래,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네”로 일관합니다. 그러면 젊은이는 이 어른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차세대 꼰대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두 번째는 “자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나 때는 말이야”라며 무시하는 전형적인 꼰대입니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표현방식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이런 어른들이 넘쳐납니다. 마지막 어른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글쓰기를 예로 든다면 “자네 글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 같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문장과 문맥의 구성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부족한 것 같아. 논지와 입장이 호응하도록 쓰는 훈련이 필요해 보여.”

당연히 세 번째가 괜찮은 어른입니다. 이렇게 말하려면 우선 경청해야 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핵심을 통찰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어른을 나는 ‘참어른’이라고 부릅니다. 참어른은 경청하고 분석하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상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젊은이들로부터 미움 받을 용기 또한 있어야 합니다.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도 알아야 합니다. 참어른이 없으면 자신을 점검할 기회가 없고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면서 어느 날 정신차려 보면 자신도 또한 꼰대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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