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삽니다. 가족이니까 나는 이들을 잘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저들은 나를 얼마 만큼 알까요? 촉이 좋고 사람관계가 예민한 아내와 딸은 가족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고 대답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더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걸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흔히 ‘가족들 사이에는 메타인지적 착각이 있다’고 말합니다.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입니다. 내가 뭘 아는지, 어디까지 알고 어디서부터는 모르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걸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자기 객관화’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해서 메타인지적 착각이 있다’라는 말은 다시 말해 가족은 익숙하고 가깝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왜 모를까요. 가족은 생활습관이나 버릇,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여러 측면에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관계인데 말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가족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제대로 알기 어렵고 소통하기도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밀접한 관계여서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드러내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걱정할까 봐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정작 가족은 모르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과도한 기대가 문제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족(구성원)만은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가족인데 남보다 못하다’는 말은 남들보다 기대를 많이 하다 보니 실망해서 하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내가 상대에게 특별히 이해 받고 싶은 만큼 상대도 나에게 특별히 이해 받고 싶은 법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 받지 못한 건 잘 알지만 상대를 이해해주지 못한 것은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족은 인간관계 중에서 서로의 기대가 가장 엇갈리기 쉬운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외롭습니다. 걱정시키기 싫어서, 뜻을 모으고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 때문에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 멀게 느끼게 됩니다. 벌어오는 돈, 해주는 밥과 빨래, 받아온 성적표 같은 것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겁니다. 가족구성원의 역할 즉 남편 아내 자녀의 역할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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